[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로 나를 이완하다
상태바
[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말로 나를 이완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4.04.11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긴장이 생기고 불안이 생깁니다. 편도체 활성화와 관련된 근육들을 이완하면 편도체와 뇌신경계가 안정화 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몸은 대부분 척추신경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일부는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안, 행복, 긍정 등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뇌, 신경, 근육에 관한 이런 설명을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말에는 이런 편도체 활성화 또는 안정화에 관한 표현이 잘 발달해 있다는 겁니다. 긴장과 불안 속에서 우리의 몸은 변화하게 되고, 그 변화를 언어표현 속에 담아놓은 겁니다.

편도체가 활성화하면 긴장을 합니다. 아마도 편도체의 활성화 원인은 자기 방어나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에 있었을 겁니다. 주먹을 쥐거나 몸에 힘을 주는 것을 비롯해서 공격이나 방어에는 동작이 필요합니다. 편도체 활성화와 관련이 있는 동작은 이를 악무는 겁니다. 이는 턱 근육과 관련이 있습니다. 턱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은 편도체의 활성화와 관련이 됩니다. 따라서 반대로 턱근육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긴장은 완화되고, 안정화됩니다. 편안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겁니다. 턱근육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이를 악 물지 않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두통의 원인으로 이를 악 무는 버릇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를 악 물고 하는 것이 결심이나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겁니다. 정말 결심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어금니를 꽉 물지 말고, 턱을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턱의 근육을 직접 풀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편도체 안정화에는 어깨의 근육을 이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역시 우리는 자신 있는 모습을 묘사할 때 어깨에 힘을 준다고 말합니다. 어깨에 힘을 주고, 어깨를 올리는 행위는 자신을 긴장시킵니다. 남들 앞에서 강해보이고, 자신 있어 보이는 행위가 그동안 나를 얼마나 힘들게 하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로 어깨 위에 머리를 반듯하게 두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어깨와 목을 긴장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반듯이 앉아서, 고개를 조용히 앞뒤로 끄덕이는 것만으로도 목의 긴장은 풀어집니다.

눈에 힘을 주는 것도 편도체를 활성화시킵니다. 눈을 부라린다든지, 노려보고, 째려보는 행위는 모두 긴장을 유발합니다. 전투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 눈에 힘을 주는 겁니다. 물론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겠죠. 하지만 늘 그런 모습으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살짝 얼굴에 미소를 머금는 것만으로도 눈의 근육은 풀립니다. 약간 게슴츠레한 모습이라고나 할까요? 가끔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내 눈 밖의 빛을 잠시 멀리하는 것도 안정에 도움이 될 겁니다.

얼굴 근육은 편도체의 활성화를 가장 뚜렷이 보여줍니다. 표정이라는 말은 주로 얼굴의 모습을 말합니다. 즉 감정은 그대로 얼굴을 통해서 표출됩니다. 기분 나쁜 감정을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눈을 찌푸리고, 이마에 주름을 만들고, 인상을 씁니다. 모두 얼굴을 기분 나쁜 상태로 만드는 동작입니다. 내가 기분 나쁘다는 표시를 해야 남이 접근을 안 하기 때문이었을까요? 기분 나쁜 표정은 전염성도 강해서 보고 있는 사람도 자연스레 인상을 씁니다. 인상을 쓰면 상대가 무서워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섭게 보이려고 나를 긴장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나를 긴장하게 만드는 이 동작들이, 이 근육의 사용이 매우 습관적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긴장할 필요도 없는데, 불안할 필요도 없는데,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힘이 들 수밖에요. 힘이 든다는 말은 몸에 힘이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몸과 마음이 편안하지 않습니다.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는 곳으로는 혀와 내장도 있습니다. 당연히 소화도 안 되고, 장이 경직됩니다. 마음의 문제는 그대로 몸과 이어지고, 몸의 문제는 그대로 마음의 문제가 됩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몸을 바꾸면 마음도 그렇게 반응한다는 겁니다. 즉 이를 악물지 않고, 어깨의 긴장을 풀고, 눈을 편안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도 편해집니다. 편도체가 안정화되는 겁니다. 당연히 인상을 쓰는 것은 마음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걱정이 있을 때처럼 깊이 한숨을 쉬고, 혀와 장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불안은 줄어들고, 긍정감은 높아지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긴장했음을 표현하는 우리말을 보면서 거꾸로 긴장을 하나씩 풀어보기 바랍니다.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