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팔마스 한인들이 쓴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
상태바
라스팔마스 한인들이 쓴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4.02.20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

1966년 한국수산개발공사 소속선 최초 입항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총망라

스페인 라스팔마스는 대서양 해상의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 있는 항구도시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항로의 선박 보급기지이다. 스페인령이긴 하지만 지리적으로는 서아프리카 상단 모로코와 서사하라 중간에 위치해 있다.

라스팔마스는 한국 원양어업 역사가 서린 곳이다. 1966년 한국수산개발공사 소속 강화 601호가 라스팔마스에 최초로 입항했고, 1970년대 후반에는 서아프리카에서 조업하는 한국 원양어선이 250여척에 달할 만큼 라스팔마스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원양어업이 번성했다. 특히 70년대 말까지 라스팔마스 원양어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파독 광부 및 간호사들의 고국 송금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일 정도로 라스팔마스 원양어업은 우리나라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된 라스팔마스 한인사회는 많을 때는 교민이 3~4천명에 이르고 해상에는 1만명이 근무할 정도였다.

1980년대 유엔해양법이 발효된 이후 모로코, 모리타니아 등에서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을 설정함에 따라 라스팔마스를 기반으로 한 원양업의 주요 어장인 서부사하라 해역이 다소 위축되기도 했으나, 라스팔마스 한인사회의 피나는 노력으로 기니, 기니비사우, 시에라리온 등 새로운 서아프리카 어장을 개발해 원양어업의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3년 유럽연합(EU), 미국 등으로부터 예비 IUU 어업국으로 지정되고 2015년 해양수산부의 ‘서아프리카 원양어선 감척 사업’ 이후로 라스팔마스를 기반으로 한 서아프리카 원양어업은 급격하게 쇠퇴해 현재에 이르게 된다.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 표지 (사진 박덕)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 표지 (사진 박덕)

이렇듯 60년 가까이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대서양에서 개척해 온 한국 원양어업의 역사가 현지 한인들에 의해 책으로 만들어졌다. 바로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이다.
 
전직 선장, 원양어선회사 대표, 한인회장, 원양어업회사 주재원 등 7인으로 구성된 ‘라스팔마스 한인 어업사 편찬위원회’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료 수집에 공을 들여 지난 2023년 9월 26일 세상에 내놓았다.

총 134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크게 1부 ‘어업사’, 2부 ‘돌이켜 본 지난날의 부족했던 우리들의 대처’로 구성됐다. 

1부에는 ▲1장 국적선사에 의한 대서양 원양어업의 개척 및 확장 시기 ▲2장 서아프리카 어장 개발 ▲3장 제3국적선사 및 모로코 모리타니아 선원송출 탄생시기(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중반) ▲4장 국적선사 자영선사, 송출선사 그리고 새우트롤선들이 뒤섞여 조업하던 한인수산업 시기(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 ▲5장 국적선사 재확장 시기 ▲6장 모로코, 모리타니아 선원송출의 쇠퇴 그리고 새우트롤선사의 쇠퇴(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7장 국적선사의 활약 및 쇠퇴(2000년대 초반부터 2015년까지) ▲8장 대서양 한인 참치연승어업, 선망어업, 가다랑어 채낚기어업, 운반선업 ▲라스팔마스 한인원양어업의 쇠퇴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2부에서는 ▲1장 한국정부의 원양산업발전종합계획의 현실성 부족 ▲2장 부족했지만, 어장을 지키기 위한 우리 나름의 연구조사 노력 등의 내용을 다뤘다. 

편찬위원회는 이 책을 총 300여권 인쇄해 100부는 해양수산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한국원양협회, 부경대, 수산 전문학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국내 유관기관에 배포했고, 나머지 200부는 올해 1월부터 서아프리카 지역 한국 공관과 라스팔마스에서 원양어업에 종사한 교민들에게 배부했다. 

이 책에 축사를 쓴 윤명길 한국원양산업협회장은 “당시 라스팔마스 어장은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미치지 않는 아프리카 연안국과 외교관계 수립·발전의 일등 공신이었으며, 원양어업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누리는 번영의 뿌리로,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초석이 됐다”면서 “‘라스팔마스를 중심으로 한 대서양 한인 원양 어업사’는 지금까지 발간된 원양산업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지어업의 역사와 교민들이 보관하고 있던 자료가 잘 취합·정리된 우리 어업사의 뜻깊은 기록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