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 베트남에 태극기 휘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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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매직, 베트남에 태극기 휘날리다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8.12.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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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 스즈키컵 베트남 우승, 문재인 대통령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됐음을 실감”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쌀딩크’ 박항서 감독의 매직이 또다시 베트남 전역을 강타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국가대표팀은 12월 15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으로 이기고 대망의 우승컵 주인공이 됐다.

전반 6분 만에 응우옌 꽝하이 선수가 좌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응우옌 안둑 선수가 왼발 발리슛으로 말레이시아의 골 망을 흔들면서 우승을 향한 9부 능선을 넘기자 관중석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관중석에는 베트남 금성홍기와 태극기가 함께 휘날렸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아시아축구연맹 페이스북)

응우옌 아인득의 골이 터지는 순간 베트남 국가 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기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주심의 종료휘슬과 함께 1, 2차전 합계 3-2로 우승이 확정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4만여 관중을 비롯한 베트남 전역이 발칵 뒤집어졌다. 2002년 한국이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던 당시 모습을 연상케 했다. 베트남 국민들은 흥분과 환희 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지 교민들은 “베트남 거리를 점령한 오토바이 부대가 시끄러운 경적을 울리며 밤새 거리를 누볐다”고 전했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후 눈물 짓는 박항서 감독 (사진 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승리를 자축하는 붉은 색 금성홍기와 더불어 태극기, 그리고 박항서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베트남 도심을 수놓았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BS 지상파가 중계한 이날 결승 2차전 경기는 케이블스포츠채널을 포함해 무려 21.9% 시청률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겼다. 방송사 입장에선 그야 말로 대박사건이었다. 지난 11일 1차전 때도 시청률 4.71%(닐슨코리아)를 기록, 올해 케이블채널 스포츠 프로그램 중 최고 기록한 바 있다.
 
▲ 박항서 감독을 그린 그림이 현지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림 그린 이는 후이엔 응우엔 (사진 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을 크게 축하한다”며 “어제 결승전에서 베트남 관중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됐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베트남과 한국이 각별한 우정을 다지며 밝은 공생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17일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축구팀은 스즈키컵 공식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4천만원) 말고도, 베트남내 기업들이 거액의 포상금을 내놓았다.

베트남 자동차생산업체 타코(Thaco 그룹은 자국축구 대표팀에 20억 동(9천740만원), 박 감독에게 10만 달러(1억1천345만원)를 각각 축하금으로 전달했다. 이에 박 감독은 즉석에서 받은 10만 달러(약 1억1330만원)전액을 “제 개인에게 주어진 축하금은 베트남 축구발전과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해 국민영웅에서 미담주인공까지 됐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로 호텔 창문이 붉은 색으로 가득하다.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박항서 감독은 우승 이후 "베트남 국민들이 나를 사랑해 주는 것처럼 한국도 사랑해 주면 좋겠다"며 조국에 대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금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에 이어 스즈키컵 우승까지 달성한 베트남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년 1월 5일부터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2019 아시안컵 준비를 위해 곧바로 재정비에 들어갔다. 아세안지역과는 비교가 어려운 더 큰 물이자, 박 감독 입장에선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아시아지역 예선을 통과한 24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총 6개조로 나뉘어 본선이 치러진다. 각조 1, 2위와 조 3위 중 상위 4개 팀에 16강 진출권이 주어진다.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진출한 베트남은 이란, 이라크, 예멘 등 중동 강호들과 함께 D조에 속해 있다. 1월 8일 이라크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12일 이란, 16일 예멘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 대표팀도 상대하기 버거워하는 아시아 최강인 이란과의 경기 결과가 16강 진출을 위한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이 12월 15일 열린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대0(1,2차전 합계 3대2)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박항서 감독 페이스북)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내년 3월 26일 베트남에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 경기는 지난 15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과 키에프 사메스 아세안축구연맹(AFF) 회장 권한대행이 EAFF 챔피언십과 AFF 스즈키컵 우승팀의 정기 평가전을 갖기로 합의하면서 성사됐다. 

한국은 2017 동아시아 챔피언십 우승팀이기도 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과 포르투갈 출신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간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