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창타이의 9대 수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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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창타이의 9대 수혜도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5.03.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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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홍콩 한인상공회의소(Kocham)가 보내온 소식지 '상공소식' 2015년 3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 편집자 주 - > 

  근년 들어 일부 2선도시들이 1선도시들을 대신해 중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청두, 충칭, 텐진,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는 발전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지역개발의 최근 추세나 향후 계획이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과 맞물리고 있어 2선도시들 중에서도 향후 5~10년간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지역적 중심축이 2선도시들로 이동
 
  미국, 유럽, 일본의 재(在) 중국 상공회의소가 회원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해 작년 초 발표한 서베이 보고서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우선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도시’들이 아니라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2선도시들로 나타났다. 일례로, 작년 4월 유니레버가 발표한 <도시 평가 보고서>에서는 청두(成都)가 선전을 대체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도시(Key City)’ 로 선정되었다.
 
  젊은 인재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1선 도시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 국유기업에 취직해 그 지역에 눌러앉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미련 없이 1선도시를 떠나 대부분 2선도시에 속하는 고향 인근의 지역거점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외국기업들과 중국의 젊은 인재들은 중국 경제의 풍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경제주체들로, 경제활동의 무대를 선택할 때 각 지역의 현재 발전수준보다는 향후 발전잠재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이들의 행태는 향후 상당기간 중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지역적 중심 축이 점차 1선도시들에서 2선도시들로 이동할 것임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2선도시들 가운데서도 향후 5~10년 동안 가장 먼저 발전잠재력을 발현함으로써 기업들에게 풍부한 사업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는 작업은 대개 발전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가지 지표들에 대한 정량분석이나 주요 기업들에 대한 표본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어떤 시도든 싹을 보면서 꽃 모양을 이야기하는데 따르는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실정이다.
 
  본고에서는 각 지역의 최근의 발전 양상과 미래 개발계획이 중국 중앙정부의 개혁 방향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잣대로 하여 이 문제에 답하고자 한다. 이런 방법을 선택한 것은 첫째,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지역 발전에 있어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나라이며, 둘째, 2년여 전에 권력을 승계한 제5세대 지도부는 중국의 경제, 정치, 사회의 기본구조를 바꾸는 ‘전면개혁’을 시대적 소명으로 인식하여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셋째, 전면개혁은 향후 중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여부가 달려 있을 정도로 중차대하고 이에 대한 컨센서스가 잘 형성되어 있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도시 발전을 좌우할 7가지 ‘전면개혁’ 과제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주도하는 제5세대 지도부의 ‘전면개혁’은 2013년 11월 열렸던 제18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그 청사진이 제시되었으며, 작년 5월 시 주석이 공론화하여 짧은 시간 안에 중국 내 여론의 컨센서스로 굳어진 ‘신창타이(新常态)’ 담론을 통해 재확인되면서 개혁 추진의 과정과 결과가 현실경제의 맥락 속에서 한층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지금까지 제시된 ‘전면개혁’의 과제들 가운데 지역 발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다음 7가지 과제들로 판단된다.
 
  첫째, 성장모델 측면에서 소비가 투자와 수출을 대신해 성장의 기본동력이 되게 한다.
 
  둘째, 산업 구조 면에서 서비스업 비중을 제고하여 내수 위주의 안정적인 성장을 실현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셋째, 기업 유형별로는 국유기업을 개혁해 경영효율을 높이고 민간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지위와 역할을 강화해 경제 활력을 제고한다.
 
  넷째, 성장 원천 측면으로는, 요소 집약형에서 혁신 주도형으로 전환한다.
 
  다섯째, 동부, 중부, 서부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고, 각 지역경제권 안에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지역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
 
  여섯째, 외국기업에 대한 특혜와 차별을 동시에 철폐하고 각 지역별로 비교우위에 입각해 투자 흡인력을 키움으로써 우량한 외국자본이 시장 논리에 따라 중국에 활발히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일곱 번째, 고질적인 환경오염 및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녹색/저탄소의 생태문명(生态文明) 건설, 즉 환경친화적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다.
 
  중국에 있어 도시 발전의 제2라운드를 대표하는 2선도시들 가운데, 최근의 발전양상이나 지방정부의 정책방향을 살펴볼 때, 이러한 7가지 전면개혁 과제 추진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어디인지 살펴보자.
 
  ① 소비 주도 경제성장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소비 볼륨 키우기에, 2011년 이후에는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구조적인 조건 마련에 정책 초점을 맞춰왔다. 약 4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정책의 성과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전후 각 3년간의 소비품 소매판매 총액의 연평균 증가율을 도시 별로 비교해 보면, 선양(沈阳)과 다롄(大连) 지역이 최근 들어 소비 활력이 강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 참조). 대다수 도시들의 소비시장 성장이 큰 폭으로 둔화되는 가운데 선양과 다롄은 소비시장 성장률이 도리어 높아졌다.
 
  특히 선양은 최근 3년간 소비시장 성장률이 15.5%로 15개 2선도시 평균(15.4%) 이상이고, 성장률의 연간 변동 폭이 작은데다, 향후 소비시장 성장에 유리한 다양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향후 중국의 소비 활력을 대표하는 도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양 사람들은 전형적인 중국 동북지방 사람들로 체면을 중시하고 씀씀이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선양은 2선도시 중 가장 높은 소비성향(2013년 76.5%)을 보이고 있어, 주민소득 증가가 소비시장 성장으로 이어지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2010년에 주변 7개 도시들과 함께 전통 제조업의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한 개혁시험구로 지정되어 향후 동북지역의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양은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동북 지역의 중심지로서 인근지역의 인구와 경제 자원에 대한 흡인력이 상당히 강하다. 일례로, 선양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중국 도시들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사치품 시장인데, 그 중 절반은 주변지역 사람들이 선양에 와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 시 정부는 작년부터 선양에서 주택을 구매한 외지인들에게 호구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외지인을 받아들이는 한편, 도매시장 건설에 5000만 위안 이상을 투자할 경우 1,000만 위안 한도 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지역 거점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이고 있다.
 
  한편, 2선도시 중 선양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소비성향(2013년 74.5%)을 보이고 있는 다롄은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의류박람회를 1988년부터 개최하는 등 중국 소비시장의 국제화를 선도하는 지역이다. 지역거점 기능은 약 400㎞ 떨어져 있는 선양에 못 미치지만, 발해만의 대표적인 국제항으로서 외자에 의한 산업화가 일찍이 성과를 거둔데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온화한 해양성 기후 덕에 여행업, 호텔업 등 탄탄한 서비스업 발전 기반을 갖추고 있어 향후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② 서비스산업 비중 제고
 
  중국의 서비스산업 비중은 2013년 46.1%로 처음으로 제조업 비중을 추월했다. 1선도시의 서비스업 비중은 2007년 58.2%에서 2013년 65.1%로, 15개 2선도시는 같은 기간에 46%에서 48.6%로 각각 증가했다.
 
  2선도시들 중 서비스업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지난(济南)으로 55.3%이며, 그 다음이 난징(南京)으로 54.4%이다(<그림 2> 참조). 그런데 지난은 소매업, 요식숙박업, 교통운수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고, 금융, 정보서비스, 연구개발, 부동산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현대 서비스업’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은 편(2013년 전체 서비스업 대비49.8%)이다. 반면, 난징은 현대 서비스업 비중이 65%에 이르며, 특히 소프트웨어, 정보서비스, 금융업 등이 중국 최고의 발전 수준에 도달해 있다. 중국 경제의 향후 발전방향을 고려할 때, 난징 시가 서비스업의 발전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난징 시 정부는 일찍이 2005년부터 서비스업을 적극 육성해온 결과 현재 금융, 콘벤션, 소프트웨어, 문화산업 등 4개 서비스 부문을 지역경제의 지주산업으로 발전시켰다. 난징의 금융업은 2013년 846.2억 위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는데, 이는 장쑤(江苏)성 금융업 GDP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콘벤션 산업에서 난징은 2013년 2,510건의 회의 및 전시회를 유치하여 연간 450억 위안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1선도시들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선 2013년 2,309억 위안(전국의 7.5%)의 부가가치를 생산했는데, 규모 면에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다음이다. 한편 문화산업도 난징 시 경제의 5.4%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중앙정부는 2013년 4월 난징 시를 중심으로 우시(无锡), 창저우(常州), 쑤저우(苏州), 전장(镇江) 등 도시들을 포괄하는 <장쑤 남부지역 현대화 건설 시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화’를 키워드로 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 발전 계획으로는 첫 번째 사례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금융, 교육, 문화, 소프트웨어 등 서비스업 분야에서 난징의 비교우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③ 민영경제 활성화
 
  국유기업 개혁과 민영경제 활성화는 올해 중국의 중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이다. 그 기본 취지는 경제 자원을 경영 효율성이 낮은 국유기업으로부터 효율성이 높은 민영기업들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민영기업은 국유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대신 생산 효율이 높고, 고용창출 능력이 크며 혁신 능력이 강하기 때문에 민영기업이 강한 지역일수록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국공상업연합회가 매년 발표하는 <중국 500대 민영기업> 리스트를 보면, 규모가 큰 민영기업이 가장 많이 집중해 있는 도시는 저장(浙江) 성의 성회인 항저우(杭州)다(<그림 3> 참조). 항저우에 뒤이어 텐진(天津). 난징, 충칭(重庆) 등지가 민영기업의 활력이 강하게 살아있는 곳들이다.
 
 
  항저우는 원저우(温州), 닝보(宁波) 등지와 더불어 ‘동방의 유태인’, ‘대륙의 늑대들’이라 불릴 정도로 국제화 감각이 뛰어나고 용감하고 협력과 양보에 능한 ‘저상(浙商·저장 성 상인)’의 전통이 강한 곳이다. 항저우 시 정부는 2012년 초에 <저상의 창업 및 혁신 지원을 통한 항저우 발전 규획>을 내놓아 여행, 문화, 금융서비스, IT 소프트웨어, IoT, 첨단 장비 등 10개 산업에 대한 저상들의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한 해 동안 저상들의 항저우 지역 내 투자금액이 418억 위안으로 전체 외지인 투자금액의 49.5%를 차지했다. 항저우 시는 저상들에 대한 투자심사 절차를 간소화고, 저상들을 위한 투자 관련 서비스센터를 2015년까지 25곳 조성하는 등 지역 발전에 저상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항저우 민영기업의 발전은 항저우 토박이 마윈(马云)이 1999년 창업하여 작년에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알리바바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알리바바 덕분에 항저우는 ‘중국 전자상거래의 고향’이 되었다. 중국에서 인터넷 쇼핑 몰이 가장 많은 곳은 저장 성이며, 저장 성 인터넷 쇼핑 몰의 절반 이상이 항저우를 근거지로 하고 있다. 항저우 시는 2013년 12월 알리바바그룹과 공동으로 스마트 물류, 글로벌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전략적 협력에 합의했다. 알리바바 외에도 항저우에는 중국 음식료 업계를 대표하는 와하하(娃哈哈)와 볼보를 인수한 지리(吉利)자동차그룹 등의 본사가 있다.
 
  ④ 혁신 주도형 경제성장
 
  혁신 능력은 특허 출원/등록 건수로 측정할 수 있으며, 혁신 잠재력은 교육 및 연구 자원의 분포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여러 지표로 볼 때, 2선도시 중에서는 시안(西安)과 항저우, 난징 등지의 혁신 역량이 가장 강한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GDP 대비 특허 출원 건수에서는 2013년 현재 시안, 항저우, 난징이 차례로 1~3위를 차지해 1선도시들을 앞지르는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도시들은 2007년 이후 이 지표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곳들이기도 하다(<그림 4> 참조). 중국 정부는 1990년대 초에 대학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21세기를 바라보며 100개 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는 취지로 이른바 ‘211 프로젝트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했는데, 2013년 현재 선정된 대학 수를 살펴보면, 난징(8개), 시안(7개), 우한(7개)이 베이징(26개)과 상하이(10개)를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또한 1984년 이래로 기초과학 및 응용 연구의 산실로 집중 육성해온 ‘대학 국가 중점 실험실’의 분포를 보면, 시안(18곳), 우한(15곳), 난징(14곳) 등지가 베이징(45곳)과 상하이(22곳)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상 여러 지표들을 분석해볼 때, 향후 중국 경제의 혁신 주도형 경제 전환을 주도해나갈 다크호스 도시로 시안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내륙 군수공업 기지인 시안은 기계공업 분야 R&D에 있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가 독보적인데, 중국 유일의 중대형 항공기 설계 연구원과 비행 실험 연구 평가센터가 있으며, 대형 항공기 프로젝트 C919의 비행 제어 시스템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시안 시 정부는 2016년까지 100억 위안을 투입하여 장비제조, 응용 소프트웨어, 통신, 전자정보 등 영역에서 1000개의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작은 거인 프로젝트’에 작년 6월 착수했다.
 
  ⑤ 지역간 균형발전
 
  중국에는 인구 규모나 정치행정 기능 면의 중요성으로 인해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직할시가 있는데, 베이징, 상하이 이외에 톈진(1967년 지정)과 충칭(1997년)까지 포함해 모두 4곳이다. 그런데 톈진과 충칭은 개혁개방 시기에 그 덩치와 중요성에 걸맞는 경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지리적 위치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충칭은 개발 순위에서 뒤로 밀렸던 서부 내륙 한복판에, 톈진은 하필 중국 제1의 도시 베이징에 너무 가깝게 있다 보니, 이렇다할 발전의 계기를 맞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중앙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노력을 기울이면서 두 도시의 면모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초기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충칭은 서부 대개발의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으며, 텐진은 발해만 경제권의 대외창구이자 베이징의 과도한 도시 기능의 이전 대상지로 자리매김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가 두 도시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는 국가 수준의 지역개발 계획 건수만 헤아려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충칭은 모두 6개로 상하이와 함께 19개 도시 중 가장 많으며, 텐진은 5개로, 나머지 도시들 가운데 가장 많다. 특히 두 지역은 상하이 푸둥신취(浦东新区)에 이어 두 번째(2006년 빈하이신취·滨海新区)와 세 번째(2010년 량장신취·两江新区)로 ‘외자유치의 첨병’이랄 수 있는 국가급 신취가 조성된 지역이다.
 
  농촌 인구 비중이 높은 충칭은 2007년에 ‘도농 통합개혁 시험구’로 지정되어 신형도시화의 제도적 실험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에 시리(习李) 정부(시진핑-리커창 정부)의 야심찬 지역전략을 대표하는 ‘신(新)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계획에 포함되었으며, 작년엔 동부와 중서부를 아우르는 광역 지역개발 계획인 ‘창장(长江) 경제벨트’ 계획에서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톈진은 작년 말 상하이에 이어 두 번째로 자유무역구가 설립되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개방 제2라운드 정책의 테스트 베드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징진지(京津冀·베이징-톈진-허베이성) 통합발전 규획’ 하에서는 징진지 경제권의 물류, 유통, 대외무역의 허브로서 그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지역개발 계획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해 톈진과 충칭은 금융위기 이후 5년간(2009~2013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9개 도시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두 도시는 또한 금융위기 전에 비해 금융위기 이후의 성장률이 높은 세 곳(나머지 한 곳은 푸저우)에 속해 있는데, 이는 성장활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⑥ 높은 수준의 개방
 
  시리 정부의 대외개방의 기본방향은 한 마디로 ‘높은 수준의 개방’이다. 양보다는 질, 정부 지원보다는 시장논리에 의거해 우량한 외국자본이 제 발로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각 도시의 외자 흡인력은 도시 별 실제이용 외자 금액이 해당 도시의 지역내총생산(GR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현재 이 비율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청두, 다롄, 충칭 등지가 19개 도시 가운데 1, 3, 4위(2위는 톈진 7.3%)를 차지했다. 이들 세 도시는 또한 기타 16개 도시들과 달리 이 비율이 금융위기 전보다 그 후에 더욱 커진 곳들이다(<그림 6> 참조).
 
  최근 청두와 충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 중에는 가공무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다롄에서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는 청두와 충칭을 중서부 개발의 광역 거점도시군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대외개방 인프라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청두는 71개의 국제 항공노선을 개통했는데, 이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청두는 또한 2013년 9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이어 72시간 비자 면제 제도를 도입했다.
 
  다롄은 첨단 제조업과 현대적 서비스업을 위주로 한 동부지역 산업 업그레이드의 선도 도시로 키워가자는 것이 중국 정부의 뜻이다. 이를 위해 다롄의 중남부 일원을 2014년 6월 10번째 국가급 신취인 진푸신취(金普新区)로 지정해 첨단장비, 현대적 서비스, 정보통신 등 분야의 외자유치에 팔을 걷어부쳤다.
 
  ⑦ 생태문명 건설
 
  중국 정부는 2007년 우한(武汉)과 장주탄(长株潭·창사(长沙),주저우(株洲),상탄(湘潭) 일대) 두 곳을 자원절약형 친환경 종합개혁 실험구로 지정했다. 시리 정부가 장기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한 생태문명 발전, 즉 녹색/저탄소/순환경제 전환을 두 지역에서 먼저 실험해본 뒤, 그 성과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두 지역 중 지난 7년 간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곳이 우한 시이다. 우한시는 이미 주요 경제원구 및 첨단 기술개발구 내에 순환경제산업사슬 및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중국 최대의 광섬유케이블과 광전소자 연구개발 및 생산기지로 중국의 ‘광밸리(中国光谷)’ 로 불리는 우한의 둥후(东湖) 첨단기술 개발구에는 이미 전력 환경보호, 수 처리 및 절수 설비 등을 중심으로 일류급의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산업사슬이 형성되어 있다. 이 밖에 2012년 설립된 칭산(青山) 국가급 에너지 절약 및 환경보호 과학기술 산업단지에는 에너지절약 및 환경보호 장비 제조와 재생에너지와 생태환경 위주의 산업 클러스터가 빠르게 구축되어가고 있다.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친환경적 개선에서도 두드러진 성과가 있었다. 일례로, 2013년 말 현재 우한 시의 택시 총 1만6,000 대 중 80% 남짓이 천연가스 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베이징 시는 2.5%), 우한에서 운행되는 버스 중 신에너지차의 비중이 2014년 6월 50%를 넘었다(베이징은 21%).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3년 7월 우한을 시찰하면서, 우한 시의 생태문명 건설 성과를 매우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우한 시의 성과가 중국 경제의 녹색/저탄소 개혁에 역할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발전잠재력은 물론 현재 실력도 출중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청두, 충칭, 톈진,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는 중국의 주요 도시들 가운데 시리 정부가 추구하는 전면개혁이 우선 적용되는 것은 물론 개혁의 성과를 가장 먼저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곳들이다(<표 1> 참조).
 
  이들 도시는 개혁과제들과의 연관성을 제쳐놓고 전통적인 ‘종합 경쟁력’ 지표들 만으로 봐도 이미 1선도시들에 버금가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9대 수혜도시들의 GRP 합산치는 2010년에 4개 1선도시들의 GRP 합산치를 상회했으며, 이후 줄곧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이들 9개 도시의 GRP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2.0%에서 2013년 14.3%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소비시장 성장에 일찍 시동이 걸려 개혁 수혜 도시들의 소비품 소매매출 총액은 2008년에 이미 1선도시들을 추월했으며, 2013년 현재 소비시장 규모는 1선도시들보다 16% 정도 더 크다. 빠른 경제성장의 결과로 1인당 GDP 격차도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9개 도시들의 1인당 GDP는 2007년 1선도시 평균의 절반 수준인 5,600달러에서 2012년에는 1선도시들의 73% 수준인 1만2,200달러로 급증했다.
 
 
  현재의 경제 실력 면에서나 향후 발전 잠재력 측면에서 중국의 차세대 스타 도시의 자격을 갖춘 이들 9대 도시들로 최근 경제 자원이 집중하고 있다. ‘포춘 글로벌 500 기업’의 지역별 진출 상황을 보면, 청두, 충칭, 우한 등이 1선도시인 광저우, 선전에 못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근거지로 부상하고 있다(<그림 7> 참조). 단순히 공장을 세우거나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최대 규모의 플래그숍을 가장 먼저 이들 지역에 세우거나(청두의 ‘아우디 월드’ 전시장과 MUJI 플래그숍, 난징의 샤넬 향수 전문점 등은 각 사의 세계 최대 규모), 마케팅본부 또는 R&D 본부를 1선도시에서 이들 지역으로 옮기는 사례(청두의 GE 혁신센터, 시안의 지멘스 스마트 교통 연구개발센터, 우한의 AEON물류센터 등)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직업적 성장 기회와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1선도시들을 등지고 9대 도시들을 젊은 인재들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베이징대학이 2014년도 졸업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청두가 이례적으로 상하이와 선전을 제치고, 베이징과 광저우에 이어 3위에 랭크되었다. 최근 중국의 젊은 인재들은 취업 희망지 선택에 있어 금전적 보수나 생계비(물가수준)보다 생활환경, 특히 공기의 질이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한데, 9대 개혁 수혜 도시들은 이 점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다.
 
  1선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사업을 해오던 외국기업들이 1선도시 시장이 포화되어가면서 지역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장의 지역 중심축 변화를 앞질러가고자 3, 4선도시들에 막대한 자원을 투하하는 경우도 있고, 익숙한 1선도시 시장에서 끝까지 버티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믿는 기업들도 있다.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법’이다. 중국 경제의 물줄기는 지금 2선 이하 도시들로 흐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며, 적어도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미래 시점까지는 ‘전면개혁’이라는 큰 틀 안에서 9개 개혁 수혜 도시들로 모여들고 있다.
 
 자오유(LG 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