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대사관, '한인회장 재선거' 중재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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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대사관, '한인회장 재선거' 중재안 제시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6.01.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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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재선거라는 중재안을 내놓은 주캄보디아 김원진 대사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해 두 명의 한인회장이 탄생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캄보디아 한인사회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결국 주재 대사관이 나서 중재안을 내놓으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주캄보디아 대사관 김원진 대사의 주재로 양성모 한인회장과 김현식 한인회장이 배석자 없이 만난 자리에서 김 대사는 ‘재선거’라는 중재안을 내놓았고, 양측이 조만간 중재안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짓기로 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회의는 양측 한인회장들은 시작부터 지난 선거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의 주된 원인과 오해, 전후 과정 등을 해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당초 우려와 달리 시종일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큰 소리 없이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시작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7시경 드디어 회의장문이 열렸고, 김 대사는 양측 한인회장들과의 회동결과를 교민 언론들을 상대로 이러한 중재안을 내놓게 된 배경과 더불어 중재안의 주요 골자에 대해 20여 분 가량 설명했다. 

 김 대사는 “전 세계 어느 나라 대사관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전례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한인사회 문제에 대사관까지 나설 수밖에 없었던 부득이한 상황과 현실에 대해서 자괴감이 든다” 며 그동안 한인사회의 갈등양상을 지켜봐온 대사로서 겪었던 심경과 고민에 대해서 담담한 어조로 피력한 뒤, 본 중재안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김 대사가 이날 제시한 중재안을 살펴보면, 가장 큰 핵심골자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선거를 다시 치르자’는 것이다. 선거일은 2월 13일(토)로 제시했다. ‘국제학교 건립’ 등 한인사회에 해결해야 할 주요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너무 오래 끄는 것은 교민사회는 물론이고, 대외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사관의 기본입장이다. 

 그 외에 선거관리위윈회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는 대신, 선거를 대사관에서 치르며 유권자 등록 역시 대사관에서 일괄책임 관리 하에 하자는 제안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김 대사는 이번 중재안에 대해 양측 한인회장들이 내부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수용여부를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 지난 19일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열린 회의에 앞서 김원진대사(가운데)과 양측 한인회장들은 좋은 협상결과가 도출되기를 소망하는 의미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에 임했다.
 이에 대해, 김현식 한인회장은 회의를 마친 당일 밤 8시 20분경 “김원진 대사의 고뇌에 찬 결정을 지지하며, 대사관의 이번 중재안을 아무런 단서조항 없이 즉각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카카오톡 공지를 통해 교민사회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반면, 양성모 한인회장은 이사회 개최 예정일인 1월 29일에 이사회 회의를 통해 중재안 수용여부를 논의, 최종 결정짓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측 한인회가 대사관이 내놓은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게 될 경우, 캄보디아 교민사회는 2월 13일 재선거를 통해 새 한인회장을 뽑게 되고 다시 단독 한인회가 정식 출범하게 된다. 현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라 볼 수 있지만, 풀어야할 난제가 많아 실현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이번 대사관 중재안을 접한 직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온 상당수 교민사회 구성원들은 대사관이 한인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수습하기 위해 부득이 나선 결단과 용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사관이 한인사회의 일에 관여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적 여론은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오히려, 대사관이 나설 수밖에 없는 작금의 교민사회의 현실이 더 부끄럽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민은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를 두고 그 동안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옥신각신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이렇게 해선 절대로 어떤 결론도 도출해 낼 수가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에 앞서 이런 사태로 말미암아 바깥에서 우리 교민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부끄러워해야 하고 양측이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번 재선거를 통해 누가 옳은 지는 전체 교민들이 스스로 판단하게 끔 해야 한다. 표가 결국 민심을 말해주지 않겠는가?” 라며 “대사관 중재안처럼 재선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외동포신문 박정연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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