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눈치
상태바
<우리말로 깨닫다> 눈치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4.12.11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눈치’라는 표현은 참 재미있습니다. 언어적으로 보면 ‘눈으로 하는 어떠한 일’인데, 그 ‘일’의 의미를 자세히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눈치와 관련된 표현으로는 ‘눈치를 보다, 눈치를 주다’ 등이 있고, ‘눈치가 있다, 눈치가 없다, 눈치가 빠르다’와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눈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눈치를 보다’라는 표현에서 비굴함이 느껴져서인 듯합니다. ‘눈칫밥을 먹다’라는 표현에서도 차별의 느낌이 있게 되죠.

하지만 눈치와 관련된 다른 표현들을 살펴보면 눈치는 오히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의사소통 행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 말을 말 그대로 알아듣는 사람은 눈치가 없는 것입니다. 친구 집에 갔는데, 친구가 자꾸 피곤하다고 하면 그만 집으로 와야 하는 것입니다. 왜 피곤하냐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냐고 캐묻는 것은 눈치가 없는 것입니다. 아마 집에 애인이라도 오기로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상황 판단이 빠를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그야말로 ‘척하면 척’인 거죠. 이런 사람하고 일을 하면 일이 신이 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니까 불편함이 없습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눈치가 빠른 사람은 다 알아듣습니다. 맞선보는 자리에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주절거리고 있는 주선자는 눈치가 없는 겁니다. 슬그머니 있지도 않은 다른 약속을 핑계 대며 일어서 줘야 눈치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눈짓을 해주어도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눈에 뭐가 들어갔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 눈치가 없는 경우죠. 이런 사람들은 우리에게 답답증을 줍니다. 눈치코치라는 말도 생겨났는데, 아마도 보는 것 뿐 아니라 냄새 맡는 것에서도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눈치, 코치 말고도 온 몸의 감각을 이용하여 주어진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눈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듯합니다. 그래서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먹는다’고 한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해결해 주는 사람에게는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겁니다. 오죽하면, 아니 얼마나 좋았으면 스님 계신 곳에서 새우젓을 줄까요?(갑자기 절에 왜 새우젓이 있었는지는 궁금해집니다.)

눈치를 기르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관심입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등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관심을 갖게 되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서로 통한 것입니다. 눈치가 생기는 것입니다. 눈치는 단순히 약삭빠름이 아닙니다. 눈치는 우리 의사소통의 한 방법입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