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다문화(多文化)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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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다문화(多文化)라는 말은?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4.09.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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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문화라는 말의 어원은 서양에서는 경작하다, 재배하다였다. 이 말은 ‘교양있다’라는 말로 확대되어서 사용되었고, 지금은 문화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는 자연상태가 아니라는 의미도 된다. 자연상태가 아니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자연상태가 아닌 것은 좋은 것인가? 경작의 예를 들어 보자. 자연상태에서 주어진 곡식과 열매만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한 지형이나 기후에 따라서는 이러한 생활이 불가능하다. 추위에 시달려야 하고, 혹시 닥칠지 모르는 홍수나 가뭄에도 대비해야 한다.

문화는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를 풍족하게 한다. 넉넉함이 있는 것이다. 즉, 문화를 안다는 것은 자연상태를 벗어나 미리 준비하고, 즐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를 경작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가 경작할 수 있는 땅을 자신의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자신의 문화가 된다.

그렇다면 다문화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문화는 경작지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경작할 수 있는 땅이 더 생긴다는 것은 힘이 되는 일이다. 또한 다문화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양한 작물을 기르면서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시각도 깊어질 것이다. 다문화는 더 풍요롭고 더 아름다운 생활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

문화(文化)를 한자로 풀어보면 글로 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언어로 하는 것이다. 언어로 한다는 의미는 싸우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한국어에서 ‘말로 하자, 말로 해라’라는 말은 폭력으로 일을 해결하지 말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문화는 평화의 의미가 된다. 문화적 인간이라는 말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다문화는 평화의 수단을 여러 개 가졌다는 의미도 된다.

한편 문화가 평화의 도구인 것은 맞지만 잘 모르는 낯선 문화와 만날 때는 오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해는 불신을 낳고, 불신은 분쟁을 낳기도 한다. 화해의 도구여야 할 문화가 오히려 분쟁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문화 구성원은 이러한 분쟁을 막고, 문화를 평화의 도구로 쓰게 할 수 있는 최상의 인재들이 된다. 다문화는 물어보나마나 좋은 것이다. 다문화 구성원이 해야 할 일의 시작은 문화에 대한 열린 시각이다. 문화에 대한 받아들임이 있어야 한다.

문화에 핵심적인 요소에는 언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어를 모르면 문화를 올바로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많다. 언어를 잘 하면 할 수 있는 역할도 늘어난다. 다문화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는 열린 문화인의 역할도 해야 한다. 문화를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문화를 충분히 소개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알아야 느낄 수 있다. 알아야 그 느낌을 소개할 수 있다.

이제 다문화 구성원이란 다문화 가족만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 사회로 들어선 지 오래다. 우리 모두 다문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 다문화인으로서 열린 시각을 갖고,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평화를 위해 살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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