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여부 판박이 질문 ... 왜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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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여부 판박이 질문 ... 왜 그렇게 궁금해 하는지”
  • 림혜영
  • 승인 2005.11.01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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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혜영

.도쿄출생
.일본 국립도쿄외국어대 러시아어학과 졸
.연세대 한국어학당
.모스크바대 어학연수
.현재 KIN(Korean Int’l Network)실행위원
.대안학교일본어강사
한국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는 첫번째 일은 친구와 남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가 있는 점이다. 친구가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돌봐주고 잘 해주는데 모르는 사람한테는 때로 인간취급을 하지 않는 것처럼 존중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거리를 다닐때 반대편에서 사람이 올 때 당신이면 어떻게 할까. 나는 부딪치지 않도록 저절로 몸을 비키는 습관이 배어 있어서 대체로 문제없이 지나갈 수 있는데 저쪽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 강하게 부딪치며 가는 경우가 많다.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다. 사과하는 말도 없이 가버린다.

이러한 일을 한국 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울 때에 강사에게 여쭈어 봤더니 “한국사람들은 부딪치는 일에 그다지 신경 안쓰는 것 같아요”라는 예상외의 대답을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누구를 부딪치고 사과를 안해도 별로 큰 문제거리가 안 된다는 말이다.

두번째는 프라이버시가 없고 개인의 행동범위가 너무 제약 간섭 받는 일이다.
처음 만나면 꼭 나이와 결혼 했나 안했나를 묻는다. 일본에서는 요새 이런 질문들은 잘 안 한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게 물을때 성희롱이 될 수도 있어 정말 필요하지 않는 이상 묻지 않는 것이 예의다. 너무 개인적인 사항들이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상대를 어떻게 부를지 정해야 하니 연령을 파악하지 않으면 인간관계를 시작하기 어렵다. 그렇게 친구가 되면 끈끈하게 지내는 것을 요구받는다.

전화도 자꾸 해줘야 하고 문자도 보내줘야 하고 외동딸인 나는 혼자 지내는 것도 좋아하니 가끔 피곤할 때가 있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미가 있고 따뜻한 인심이 많은 한국의 매력이다.

사람과 연결됨을 참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은 휴대폰문화를 봐도 잘 알 수가 있다. 공공장소에서든 회의중 이든 거의 무조건 전화를 받는다. “저러면서도 집중력이 왜 끊기지 않을까” 라며 항상 속으로 궁금해 하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전철이나 지하철안에서 또 회의중에는 기본적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주변사람들한테 피해 입히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한국사람들과 이야기를 할때 한국상식을 모르거나 한국요리를 못먹거나 소주를 제대로 못 마시면 “한국사람인데 왜 모르냐” “한국사람인데 먹어야지”라는 말을 듣는 일이다.

예전에는 “한국사람이 되고 싶어서” 애를 썼고, “와 인제 한국사람이 다됐네 !”라는 말을 칭찬인 줄 알았었고 기쁘기도 했었지만 요새는 무리는 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국적이지만 한국인인지, 한국인이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지 쉽게 결론을 못 내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네번째는 외국인과 우리동포가 있으면 외국인을 더 좋아하고 동포를 무시하는 것.
모스크바에서 한동안 지낼적에 고려인 친구들을 몇 명 사귀었다. 같은 재외동포 라는 친근감 때문에 전부터 그들을 만나고 싶었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 있는 수많은 한국유학생들은 소위 러시아사람(피부색이 하얀 사람들) 하고 친구하려고 하고 고려인들에게는 무관심했다. 그때의 서운함은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재일동포를 보고 일본인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실망하는 한국사람들이 있다. 일본에서 자라 삶의 토대를 형성해온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고 일본어로 사고하는 현실과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한 한국사람이 되고자 했던 나는 아직까지 한국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말 아직 서투르네”라고 하거나 일본어로 대화 하려고 하면 복잡한 기분이 된다. 아직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 하는 것은 제 노력의 부족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를 겪은 역사의 아픔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고 우리 재외동포 존재도 그 중에 하나다. 하지만 이 문제를 이제 재외동포들의 그 역사적인 배경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우리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잘 키울 수가 있고 국제화시대에 잘 어울리는 힘을 갖추게 돼서 희망의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잘 보면서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를 깊이 알게 된다니 정말 일석이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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