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의 현재와 미래 (1)
상태바
[기고]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의 현재와 미래 (1)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7.09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아랍학 - 암미야 교육과 의미론 연구 확대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아랍학 - 암미야 교육과 의미론 연구 확대

아랍학은 아랍인과 아랍세계에 대한 연구이다. 지금 아랍 세계는 사상의 혼란, 문화의 쇠퇴 그리고 피트나(civil strife, 싸움)와 대변동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은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세계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성될 수 있도록 교과과정이 새롭게 개편돼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메커니즘과 교육 현장이 이 분야의 기초학문과 세부 전공자 확보 및 신진학자 양성과 국가적인 미래보다는 암묵적인 담합과 현실에 안주한 일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이 분야의 학문적 발전과 학자들의 연구 결과물들을 검토해볼 때 그다지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었다.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에 몸담았던 교수들이 자신만의 학문적 업적을 남긴 사람이 몇 명이나 됐는지, 그리고 아랍과 중동의 주요 대학에서 아랍인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한국인 교수들의 논문이나 저서를 얼마나 인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면 그 대답은 간단하다.
 
여기서는 제한된 지면이라서 아랍학, 이슬람학, 중동학의 제 면모를 다 서술할 수는 없고 국내 학계가 미래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들을 중심으로 언급해 보려고 한다. 우선, 우리나라 아랍어 교수 학습에서는 아랍 국가의 어느 한 방언(암미야)을 2년 이상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대학은 없다. 그 결과 아랍인의 언어생활에 밀착한 언어숙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푸스하(문학적 아랍어)와 암미야(대중 아랍어)

아랍어는 글과 말이 있는데 글은 푸스하(문학적 아랍어)이고 말은 아랍 각 나라별로 차이가 나는 암미야(대중 아랍어)이다. 아랍어과 일부 교수들은 아랍이 20여 개국인데 어느 나라의 암미야를 배워야 하느냐고 반문했을 뿐 아랍어가 갖는 언어적 현실을 도외시해 왔다.

이것은 아랍어 학습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결국 아랍 현지에서 아랍인과 직접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랍인들은 매일 생활에서 암미야를 사용하고 심지어 학교 강의에서도 암미야를 사용해 왔다.

아랍어는 암미야와 푸스하를 함께 배워야 아랍어 자체의 언어적 학습이 완전해진다. 아랍의 소설가들은 중간어 즉 암미야를 가미한 푸스하(현대 문학적 아랍어)로 책을 써야 아랍인 독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하고, 아랍 국가의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외국영화에도 그 나라 암미야로 더빙이 된다.

4개 지역 암미야

다음 세대를 위해 이제라도 아랍어를 가르치는 국내 대학이 레반트(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지역의 암미야, 이집트 암미야, 그리고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의 암미야, 두바이 등 걸프 지역의 암미야 등 4가지 암미야를 대학별로 할당해 학습하게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아랍에 가서 곧장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대학에서 푸스하 중심의 교육을 해왔었다. 그리고 아랍어 문법용어의 아랍어화(문법 용어를 영어책에서 번역해 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아랍어 문법책에서 직접 한국어로 번역함)를 점진적으로 확대시켜야 국내에서 배운 학생들이 아랍국가에서 아랍어로 수업을 받게 될 때 아랍 유학이 더 수월하게 될 것이다.

이런 애로사항은 아랍 국가에 유학한 학생들이 다 알고 있는데 관련 대학과 교육부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평가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수능아랍어 시험 역시 푸스하 아랍어 문제를 출제하고 암미야 아랍어 문제는 한 번도 출제된 일이 없다. 

의미론 연구자 주도의 사전 편찬작업 필요

의미론 분야는 국내학자들의 연구가 극히 부족해 아랍어-한국어 사전, 한국어-아랍어 사전, 네이버 사전 등의 뜻풀이가 다양한 전공 영역별 그리고 아랍어가 갖는 문맥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한국어와 아랍어를 잘 아는 학자들 중에서 의미론 연구자들이 사전 편찬 작업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냥 아랍 국가에 가서 유학을 했다고 사전 편찬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랍 국가들 중 한국어과가 설치된 대학에 국내 아랍어과 교수나 미래의 교수 요원을 파견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현장을 살펴보고 아랍국가에 체류하는 동안 외국어로서의 아랍어 교육의 방안을 모색해보면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