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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캄보디아 고아원 방문 더 이상 하지 말자고아 아닌 고아들로 넘쳐나는 고아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오히려 상처받는 어린이들
박정연 재외기자  |  planet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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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7  15: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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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재외기자
새해 벽두부터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은 한국인 봉사단체들의 행렬로 넘쳐난다. 이들 짐에는 가난한 캄보디아 시골마을 초등학교와 고아원 어린이들에게 줄 학용품과 과자로 가득하다.

최근 미국 콜럼비아대학이 연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어린이 보호 거주시설’에는 48,775명의 어린이가 살고 있다. 인구 대비 100명당 1명꼴이다. 하지만 이들 중 약 80%는 놀랍게도 실제로는 고아가 아니다. 최소한 한쪽 부모라도 살아있다. 가난한 부모들은 자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눈물로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낸다. 한 달에 100불도 벌기 힘든 어려운 살림에 자녀들의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고로, 캄보디아 국공립학교 교육은 기껏해야 하루 4시간 수업이 전부다. 부족한 과목수업을 채우기 위해선 오후에 보충수업을 따로 받아야 한다. 정부지원 교육은 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달에 최소 10~15불 정도를 일종의 육성회비 명목으로 내야하고, 이와 별도로 어린 학생들은 각자 25~30불을 보충수업비로 담임선생님에게 직접 내야 한다. (교사들이 자기 사리사욕을 채운다고 욕할 수도 있지만, 이들도 나름 고충이 있다. 한 달에 200불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기본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선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가난한 부모가 자녀들을 고아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고아원 시설은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먹는 음식은 물론이고, 주거환경도 비위생적인 곳이 많다. 종종 신문지상엔 미성년자 성폭력사건 같은 추악한 범죄사건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운영해 정부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도 적지 않다.

최근 유니세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수도 프놈펜과 씨엠립, 시하누크빌, 껀달주, 바탕방주 등 5개 주요 거점지역 고아원들 가운데 정부 등록을 마친 곳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캄보디아 고아원 가운데 상당수는 정부 등록인가 여부와는 상관없이 고아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수도 프놈펜뿐만 아니라, 앙코르와트로 유명한 씨엠립에도 이런 고아원시설이 여럿 있다. 주 고객들은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온 단기 자원봉사자들이다.

고아원측은 봉사참여의 댓가(?)로 오히려 봉사자들에게 일정금액을 후원금 명목으로 받는다. 이 돈은 고아원 운영에 사용된다. 부족한 정부지원 보조금을 충당하기 위해 시골을 돌며, 가난한 집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데려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적한 적도 있다. 일종의 기업경영(?)인 셈이다.

고아원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의 자질이나 수준 역시도 문제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하다. 더욱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은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없거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장 현실을 봐도 그렇다. 이름만 자원봉사자일 뿐, 정작 고아원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다. ‘시간 때우기’식 어설픈 미술, 공놀이, 영어교육이 전부다. 이들은 간식과 학용품을 나눠주고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은 뒤 훌쩍 떠나버린다. 그동안 수도 없이 반복된 통상적인 고아원 방문코스다.

정에 굶주린 고아원 어린 아이들은 자원봉사자의 따스한 손길에 정을 흠뻑 주게 되지만, 결국 마음에 깊은 상처만 남게 된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자원봉사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아이들은 이런 반복된 만남과 헤어짐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태다. 성장과정에서 이런 심리적 충격이 어린 영혼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줄지 아동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고아원측은 자원봉사자들이 손에 쥐어주고 간 돈에 관심이 있을 뿐, 자원봉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 미칠 심리적, 정서적 악영향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이 없다. 정부 감독기관들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교육환경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최상의 교육은 부모와 자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 때 이루어지는 법이다. 아이들은 이 안에서 진정한 가족애를 배우고, 도덕과 지켜야할 사회규범을 배운다. 아동심리학자들도 이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유엔의 도움으로 캄보디아 정부가 지난해 2018년까지 2년간 전체 고아들 중 최소 30%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일이 진척되지 않았고 현재 겨우 500여 명의 아이들만이 집으로 돌려보내진 상태다. 여전히 그들 중 많은 수가 제대로 된 서류조차 갖추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이 힘든 상황이다.

매년 방학 때면 수만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나 일반 봉사단체들이 고아원 방문을 위해 캄보디아를 찾는다. 그동안 여러 차례 국내 언론들도 이 같은 고아관광의 폐해와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캄보디아 고아원을 찾는 한국인의 수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부모와 떨어져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어린 영혼들에게 더 이상 깊은 상처를 주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유교육의 선구자인 프란시스코 페레가 한 말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꽃으로라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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