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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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
  • 서정필 기자
  • 승인 2018.12.1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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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부임 후 경제협력과 공공외교 중점 추진, 올해 11월에는 화학무기금지협약 당사국총회 의장도 맡아

▲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
한국 국민들에게 히딩크의 나라로 잘 알려진 네덜란드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30여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네덜란드 대사관은 한-네덜란드 양자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은 물론 국제기구 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는 지난 달 19일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23차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당사국 총회에서 표결을 거치지 않고 합의를 통해 의장직을 맡으면서 국제 사회 속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윤영 대사에게 화학무기금지협약 의장을 맡게 된 소감을 비롯해 네덜란드 대사 부임 후 2년을 바라보는 소회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 11월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23차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이윤영 대사

Q.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윤영 대사(이하 이) : 1987년 외교부에 입부한 뒤 미국, 코트디브와르, 벨기에 등 여러 국가에서 근무했으며, 자유무역협정교섭국장을 마치고 방글라데시 대사를 거쳐 2017년 4월에 주네덜란드대사로 부임했습니다.

Q. 대사 부임 전에 따로 네덜란드와 인연이 있으셨는지요?
이 : 지난 1992년에 해운항만청장을 수행해 로테르담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로테르담 항구를 시찰하고 양국간 해운분야에 협력을 규정한 협정 서명식에 참여했고요. 2005년에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대표부에 근무할 시기에는 바로 이웃 국가라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Q. 대사님께서 보시는 네덜란드 동포사회의 특징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 :  네덜란드 동포사회는 약 4천 명으로 추정되는데, 장.단기 체류자가 약 2천 명이고 나머지는 유학생들입니다.

천여 명 규모의 영주 동포들의 경우 70년대 이후 상사나 지사 직원으로 주재하다가 정착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대부분 해운업이나 무역업, 그리고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네덜란드가 유럽의 관문으로서 물류의 중심지이라 우리 기업들이 100여개 이상의 판매.물류 법인들을 두고 활발하게 수출.물류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한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유학생 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영사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으로 구성된 한인사회 이외에 60~70년대 네덜란드로 입양돼 온 한국 입양인들이 약 4천명 정도 있는데, ‘아리랑’이란 단체를 구성해 대사관과 한인사회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반 고흐 미술관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인사말하는 이윤영 대사

Q. 지난해 부임하시면서 세운 계획이 잘 진행되는지와 내년에 대사관에서 추진할 역점사업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 : 부임 후 지난 1년 반 동안 경제협력과 공공외교에 중점을 두고 추진해 왔는데, 성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중 대한(對韓) 최대 투자국일 뿐만 아니라 수출.입 모두 유럽 국가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경제.통상 파트너이며 농업.물류.신재생에너지.스마트시티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우리와 협력할 분야가 많습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총 교역액이 100억불을 넘어 섰으며, 여러 경협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유럽 최대항인 로테르담에 우리 기업들을 위한 공동물류창고를 설립하기로 부산항만공사와 로테르담항만청이 합의했습니다. 대사관이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으로, 2021년에 완공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물량의 원활한 처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내 한류 확산과 국가 홍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는데, 웅산의 재즈콘서트, 독도.동해 홍보단체인 라메르에릴 공연도 큰 찬사를 받았고 조성진의 피아노독주회는 완전 매진에 격찬을 받았으며, 방탄소년단의 대형 콘서트의 경우는 약 2만장에 이르는 표가 발매 몇 분에 매진되는 등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이외에도 홀란드 댄스페스티벌에 안은미컴퍼니가, 홀란드 페스티벌에는 국립무용단이 각각 참가해서 우리의 높은 무용 수준을 선보였습니다.

대사관이 개최한 올해 국경일 리셉션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반고흐 미술관에서 개최됐습니다.

45년에 이르는 미술관 역사상 대사관 국경일 리셉션을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것을 허용해 준 적이 없어서, 네덜란드 최대 신문에서 대서특필할 정도로 장안에 큰 화제를 낳았고 우리 교민들이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기회도 됐습니다.

Q. 지난 11월 19일 헤이그에서 개최된 제23차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당사국 총회에서 총회 의장이 되셨는데요,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대한 대체적인 설명과 의장을 맡으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 :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화학무기의 생산.비축.사용을 금지하는 군축협약으로서, 1993년 1월 서명돼 1997년 4월 발효됐습니다.

화학무기금지협약은 발효 이후 약 20여 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신고된 화학무기의 96% 이상을 폐기한 가장 성공적인 군축협약으로 평가되며, 이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그 공로로 2013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1월 현재, 193개 당사국이 CWC에 가입해서, UN회원국 중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이집트, 이스라엘, 북한 및 남수단 등 4개국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CWC 출범과 동시에 당사국으로서 적극 활동해 오고 있으며, 특히 41개 당사국이 참가하는 집행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1997년 출범 이후 매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시리아 내전뿐만 아니라 영국, 예멘 등에서 화학무기가 계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고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 간에 대결구도가 지속되고 있어, 책임이 무겁습니다.

‘화학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CWC의 비전이 하루 빨리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

Q. 화학무기금지협약 등 국제기구 활동은 대사로서의 업무 중 어느 정도를 차지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요?
이 :  네덜란드에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외에도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30여개의 국제기구 본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주네덜란드대사관은 이러한 국제기구를 담당하는 대표부 역할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기구 업무는 주네덜란드대사로서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네덜란드 양자관계 업무 보다 훨씬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각국 대사들은 국제기구 내에서 자국을 대표해 활동하면서 다양한 국익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 기조발언을 통해 관련 이슈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국제기구들과 다양한 협력사업을 진행합니다. 아울러, 집행이사회 진출, 재판관 선출 등 각종 선거시 우리나라나 우리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우리 국민들의 국제기구 진출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Q. 대사님의 CWC 의장 취임과 신동익 주오스트리아 대사님께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준비위원회 의장 취임 그리고 김종양 전 경기경찰청장의 인터폴 총재 당선 등 소식이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외교역량이 그만큼 성장했다고 봐도 되겠지요?
이 :  물론입니다. 이외에도 임기택 국제해사기구 사무총장, 이병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의장 등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인사들이 많습니다.

아울러, 반기문 前유엔사무총장 이후 국제기구에 관심을 갖고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고 한국인들이 국제기구 내에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역량에 대한 인정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데, 아직 숫자는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국제기구 진출하는 우리 국민들이 더욱 많아져서 국제기구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다함께 노력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해 11월 열린 순국 111주년 이준열사 추모식에 참석한 이윤영 주네덜란드대사

Q. 지난해 이준열사기념관 재개관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행사에 참여하신 소감도 궁금합니다.
이 :  이준열사기념관은 1995년 개관 이후 건물 2층, 3층만 기념관으로 사용했는데 우리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이제 건물 전체를 기념관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재개관 행사는 헤이그 시장, 한국전 참전용사회장, 한인회장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특히, 독립기념관이 기획한 유럽 독립운동에 관한 특별전시회가 함께 진행돼 유럽에서의 우리 독립운동에 대한 참석자들의 이해 제고에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전시물들이 영구 비치되면서 기념관에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들에게 올바른 우리 역사관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확대재개관을 계기로 이준열사기념관이 유럽지역의 유일한 독립운동 사적지 역할을 더욱 훌륭히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 우리의 많은 미래 세대들이 이준열사기념관을 방문해 대한제국 당시 유럽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우리 독립운동, 그리고 애국선열들의 용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이 :  재외동포신문이 전 세계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우리 재외동포들의 소식을 전하고 서로 이어주는 가교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50만에 달하는 재외국민.동포 사회의 권익 신장과 각종 영사민원 업무 처리를 위해 전세계 재외공관과 외교부는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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