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 건국과 난민 귀환 문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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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나라 건국과 난민 귀환 문제 (중)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 연구소장
  • 승인 2018.09.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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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세기의 거래가 있을 것인가?

아랍 언론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안’을 ‘세기의 거래’라고 부른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 지구를 해결의 실마리로 이용해 아랍 리더들에게 중동 평화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게 하려 한다면서 트럼프의 평화안을 거부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부하고 있어서 이 평화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미 행정부는 가자 지구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해 치안 위기를 해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에 대한 긍정적인 모멘텀을 갖고자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평화안보다 가자 지구의 하마스와 라말라의 파타흐 간의 화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이집트 정부의 입장이다.

이집트 언론에서는 가자 지구와 시나이 반도의 알아리쉬 사이에 자유무역지대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공동으로 가자에 항구와 태양에너지 발전소를 설립하고 이것이 잘되면 공항도 세우자는 말도 나온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두 지역의 통합을 희망한다

이집트는 5월 중순 라마단 달에 가자 지구로 가는 라파흐 국경을 개방해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때까지 계속 개방했다. 이스라엘이 반기지 않았지만 라파흐 국경을 열어서 이집트에서 건축 자재와 식품들이 가자 지구에 반입되도록 한 것이다. 라말라에 있는 압바스 대통령이 하마스와 파타흐 간의 협상에 계속 응하지 않는다면 가자 지구는 서안과 별개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보내려고 한 일이라고 이집트 언론은 설명한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의 두 지역(요르단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이 정치적으로 통합되기를 바란다.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지역이 1967년의 국경으로 회복돼, 두 민족(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 국가를 세우기를 바라고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의 수도로 하자고 했으나 이런 입장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를 아부 디스(악싸 사원에서 서쪽으로 2킬로미터에 위치)로 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생각과 달랐다.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은 예루살렘의 성지를 요르단의 보호 관리 하에 두었던 것을 사우디가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또 이스라엘이 요르단 계곡을 통제할까봐 염려하고 있다.

사우디와 미국은 가자와 서안지역 분리를 원한다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는 미국의 계획에 지지를 보내면서 가자와 서안 지역을 서로 분리하는 것을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에게 가자 지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가 가자 지구의 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 이란이 뒷문을 통해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미국에게 재정지원과 경제 개발을 허용하면 예루살렘과 난민 파일을 포기하게 하고 인도주의적인 안건으로 변질시키려는 것이 미국의 평화안이라고 생각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미국의 평화안은 서안과 가자 지구를 분리하는 것을 조장할 것이라고 보았다.

미 행정부의 그린블라트는 가자 지구의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종국에 가서 가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것이 평화의 장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자 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하마스의 볼모가 돼있기 때문에 하마스가 평화로 가는 길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미국과 대화 거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가자 지구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거부했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직접적인 휴전 회담도 원하지 않았다. 지금은 팔레스타인과 미국과의 협의가 중단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미 백악관과 대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발표한 후 미국과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팔 간의 갈등의 역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시행해야 할 일’ 보다는 ‘가능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자 했다. 최근 미 행정부가 예루살렘을 유대인의 수도를 정한 것을 거부했던 팔레스타인에게 미국이 지원금 2억 달러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 이슬람협력기구(OIC)는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고 선언했다. 결국 아랍 이슬람 국가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파타흐, 그리고 요르단, 이집트 등이 이 문제에 깊이 관여돼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미국을 등에 업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어서 단 기간에 팔레스타인의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가 연합보다 팔레스타인 ‘국가’ 선언이 시급하다

어느 영토에 거주하는 특정 인종 집단이 국가를 형성하는 것을 민족국가(nation–state)라고 하는데, 이스라엘의 유대인 중심의 ‘민족국가 법’을 통과시킨 후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은 이 법이 불법이고 인종 차별(apartheid) 법이라고 했다.

아랍 무슬림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Palestinian cause)가 아랍 국가들의 최우선 사항이라고 강조한다. 유엔의 쿠웨이트 대사 만쑤르 알오타이비는 팔레스타인 대의가 아랍인들의 우선순위에 해당하고, 그 다음이 인도주의적인 이슈이고, 그 다음이 외교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랍 외교가에서는 예멘, 시리아, 이라크, 리비아, 수단,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아랍인의 대의를 방어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아랍 국가와의 외교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단순히 이스라엘과 연계할 때만 다룰 것이 아니라 아랍인들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걸프 국가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의 관계 개선에 힘써 온 이집트의 외교적 노력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국가연합 토론

금년 9월초 미국 행정부의 쿠슈너(Jared Kushner)와 그린블라트(Jason Greenblatt)가 이스라엘-요르단-팔레스타인 등 세 나라가 국가 연합(confederation)을 하면 어떠냐는 질문에 팔레스타인의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가 동의했다고 전한다(알샤르끄 알아우사뜨 9월 3일 5면). 국가연합은 주권을 갖는 각각의 국가들의 연합을 가리킨다.

9월 2일 요르단 정부는 팔레스타인–요르단 국가 연합이란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요르단은 두 국가를 창설한다는 본래의 입장을 양보할 수 없다고 했는데 특히 가자 지구를 제외하고 요르단 서안지역만 요르단과 국가 연합을 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통령실 대변인 나빌 아부 루다이나는 국가연합이라는 말은 1984년부터 팔레스타인 리더십의 어젠다에 있었다고 하면서, 요르단에게 다른 제안을 하기 전에 ‘두 국가 건설’이 팔레스타인의 선결요건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회담 특사 제이슨 그린블라트는 미국은 이스라엘 안보의 여러 측면을 담지 않은 어떠한 제안도 팔레스타인에게 할 수 없다고 했다(알샤르끄 알아우사뜨, 9월 10일자 5면). 이스라엘 안보가 미국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 것이다. 트럼프의 관료들은 미국의 평화안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으나 현재로서는 녹록치 않다.

팔레스타인 관료들은 트럼프가 2017년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을 두고 백악관을 공공연히 비난해 왔다. 그러나 마흐무드 압바스가 쿠쉬너와 그린블라트를 만났다는 것은 아직 대화의 라인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두 국가 해결’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국가승격이 선결과제

팔레스타인은 1993년 이스라엘과의 오슬로 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Palestinian National Authority, 알쑬따 알와따니야 알필라스띠니야)라고 불리어 왔다. 2012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유엔의 옵저버 자격을 갖게 됐다.

팔레스타인의 정통한 소식통(알샤르끄 알아우사뜨, 9월 5일 8면)은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이 가능한 빨리 ‘팔레스타인 국가’(알다울라 알필라스띠니야)를 선언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압바스는 유엔 연설에서 이것을 밝히고 팔레스타인을 유엔의 완전한 회원국으로 승격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자치정부(쑬따)에서 국가(다울라)로 전환하게 되는데 점령 하에 있는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선언되면 오슬로 협정은 실질적으로 종식된다고 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국민 의회’(알마즐리스 알와따니 알필라스띠니)는 ‘국가 의회’(국회; 바를라만 알다울라)가 된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의 회원인 와씰 아부 유수프는 이 안건이 최종 단계에 올만큼 아직 성숙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오슬로 협정이 종식되려면 과도기 단계를 마쳐야 하고 자치 정부의 역할도 끝나야 ‘국가’(다울라)로 이행되는데 아직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이런 과정을 모두 마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이 유엔에 정식 회원 국가로 가입되려면 안보리 15개 국가(상임이사국 5국과 비상임 이사국 10개국) 중에서 9개 회원국이 찬성하고 5개 상임 이사국이 비토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는 미국이 비토권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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