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 앞에 선 튀니지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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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 앞에 선 튀니지 민주주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7.2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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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평화적 민주주의 첫 실험이 정치불안으로 무산될 위기

튀니지가 지난 7년 동안 적체된 경제와 사회적 위기에서 벗어날 지표들을 유수프 알샤히드 총리(2016년~)가 제시했지만, ‘니다 투니스(튀니지의 외침)’의 리더, 알바지 까이드 알십씨 대통령(2014년~)을 비롯한 튀니지의 정치 리더십은 튀니지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카르타고의 대통령궁 주변에는 과거의 정치적 파장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전쟁의 불꽃이 튀고 있다.

2017년 총리가 발의한 반부패 캠페인은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알나흐다(부흥) 당과 니다 투니스 당의 관련 인사들을 체포하려다가 실패한 총리는 알십씨 대통령과 알나흐다 당의 리더, 라시드 간누쉬와의 관계가 상당히 껄끄럽게 되고 말았다. 알십씨와 간누쉬가 정국 불안을 이용하여 총리를 내쫓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다.

튀니지, 민주주의 제도의 과도기

2011년 아랍의 봄이 일어나고 세계 언론은 튀니지의 민주화가 시작됐다고 이야기했다. 필자는 그 당시에도 튀니지가 민주적으로 되어가는 것은 기다려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지금은 튀니지 전역에 걸쳐서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제도로 가는 과도기에 대한 실망이 퍼져있다. 변화가 심한 경제가 정치 프로그램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경제 발전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아랍 혁명 이후 튀니지에서 일어난 몇 차례 관광객 테러는 유럽의 관광객들을 쫓아버리고 말았다.

튀니지인들은 정부가 노력을 더해서 침체에서 벗어나고 공공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와 세계은행은 정부가 국민에 대한 식량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세금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2018년 이집트 역시 IMF요청에 따라 연료비와 전기료 그리고 지하철 운임을 인상했다. 튀니지는 건강한 경제를 위해서 경제개혁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경제 정책도 개혁해야 했다. 결국 경제의 투명성과 국민의 책임이 증가되어야 일자리가 확보되고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다.

개혁의 장애물

튀니지 현 정부는 IMF의 요구 사항에 부응하여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동시에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절차들을 실행해야 하는 도전을 맞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정치적인 토론에서 면죄를 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튀니지가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개혁들을 단행함으로써 민주적인 변화와 발을 맞춰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튀니지 수출의 80%가 유럽으로 가고 튀니지 해안과 역사적 명소에 유럽 관광객들이 중심이 되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버렸다.

튀니지인들은 지금 튀니지의 높은 인플레, 빈곤 증가, 실직자 증가가 그들의 삶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본다. 2017년 총리의 부패를 막자는 캠페인은 의미 있는 실질적인 운동이 되지 못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튀니지인의 78%는 2011년 이후로 고위 공직자나 하급 관리 모두에게 부패가 증가했다고 생각했다. 튀니지인들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부패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

농업 발전에서 산업으로 이행하는 과정도 실패했던 튀니지는 지금의 경제의 악조건은 아랍 혁명 이전에 국가 기관의 개혁과 경제 개혁을 지연시킨데 있다고 한다. 당시에는 높은 실업률, 물가의 인플레가 국민들을 힘들게 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임시 처방으로 공무원 월급을 지불하려고 차관을 빌리고 있어서 이것도 장기적인 해법은 아니었다.

민주주의로 가는 길, 사회 경제적 문제가 발목 잡고

아랍 세계의 최근 역사에서 성공적인 정권 이양은 없었다.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심지어 폭력으로 치달은 나라는 예멘과 리비아, 이라크와 시리아 등이다. 예멘의 후시는 청소년을 징집하고 있고 그들이 매설한 지뢰에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다. 2003년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실시된 이라크의 정권 이양은 실패를 거듭하여 부패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있다.

이집트는 군과 경찰이 공공장소에 집중 배치하고 IS조직에 가입한 극단 세력을 발본하려고 지난 몇 년간 테러 조직들과 전쟁을 계속하고 있고 국가는 비상사태 연장을 발표했다. 수단은 아랍 혁명 이후에도 독재자를 쫓아내지 못하고 있고, 물가 폭등과 달러 환율 급상승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아랍 혁명의 봉기에서는 리더가 없었다. 민초들이 시작했기 때문에 혁명을 이끌어 갈 이론적 틀이 없었다.

2018년 1월 둘째 주 시위와 폭동이 튀니지 곳곳에서 일어났다. 2011~2012년처럼 젊은이들이 바리케이드를 친 곳에 타이어를 태우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고 공공기관과 은행 앞에 군대가 배치되었다. 시위대들은 정권을 전복시킬 목적이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불만을 표시하고자 함이었다. 지금의 튀니지는 독재자가 군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사회적 불공정과 부패에 대한 좌절이 크고 시위의 근본적인 동기는 2018년 1월부터 시행되는 소비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높은 세금이었다.

정부는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봉급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세입을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혁명 전부터 오랫동안 등한시 해왔던 민생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정부는 IMF 개혁에 대한 요구와 국고 재정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지만 취약 지역에서는 체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 왔다.

튀니지는 2018년 지방 선거가 있었고 2019년에는 대선과 총선이 있다. 야권은 세속적인 민족주의자 니다 투니스 당과 이슬람주의자 알나흐다 당이 이끄는 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시민 사회와 활동가들은 “우리가 뭘 기다리고 있어?”라는 캠페인을 통하여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붙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2011년에 얻은 자유가 국가를 약화시켰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권위주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적 독재 정권의 향수에 젖어가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 표는 여러 정당으로 나뉘고

지난 5월 지방 선거에서 현 대통령 알십씨(88세)가 창당한 ‘니다 투니스(튀니지의 외침)’ 당은 22%의 의석만을 얻었다. 니다 당과 연정을 한 ‘하라카 알나흐다(부흥 운동)’ 당은 28%의 의석을 차지했다. 1/3 의석은 10여 개 군소 정당과 사회주의 좌익과 리버럴한 무소속 의원들이 가져갔다. 2011년 이후 튀니지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1/3을 넘는 정당이 없었다. 정치권이 여럿으로 나뉘면서 대부분의 리버럴, 민족주의(와따니야), 이슬람주의, 좌익 계파 안에서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총선과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여러 정치 성향으로 분파되고 있다. 이 갈등의 분열 속에 현 대통령 알십씨(88세)와 그의 지원 세력 그리고 총리 유수프 알샤히드(44세)와 그의 지지 세력이 동참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금 튀니지의 정치적 위기의 책임이 지난 3년간 아버지 대통령의 세력을 입고 니다 투니스 당의 집행위원장이 된 그의 아들에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인들은 정치인들과 노동 조합원들과 장관들이 권력의 두 줄기인 대통령과 총리 뒤에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 같은 계파 싸움은 튀니지의 정치 위기를 심화하고 있는데 더 심각한 것은 현 대통령이 그의 아들에게 세습을 강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세습을 반대한 총리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정부 기관과 의회에서 사임하고 2019년 총선과 대선 이전에 새로운 정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런 정치권의 상황을 듣게 된 국민들은 대통령의 가족과 사위, 아들들이 과거 알하비브 부르끼바 대통령과 자인 알아비딘 븐 알리 대통령 시절에 부패를 일삼은 것을 기억하고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세습은 야권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새로운 정치적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위기에서 자기 잇속을 챙기고 대통령은 여당에서 빠져 나간 사람들을 챙기고 그의 아들을 반대한 사람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반면에 총리는 그의 팀들과 함께 더 많은 동조자들을 모아서 선거전에 돌입하고 있다. 그는 첫째로 경제와 치안에서 성공적인 능력을 보여주고, 둘째는 뇌물과 부패 청산 캠페인을 확대한다는 것이 그의 정책이다.

아랍의 민주화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은 튀니지가 지금 어디로 갈 것인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다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폭력과 진압을 반복하면서 민주주의 제도로 가는 노력이 실패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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