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적 측면에서 아랍과의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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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적 측면에서 아랍과의 교류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6.0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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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문화는 언어, 관습, 전통, 이슬람문화는 무슬림의 사회적, 종교적 생활 관련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아랍어 언어학 박사)
2018년 6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븐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이 내린 여러 칙령들 중의 하나가 새로운 문화부 장관직을 발표한 사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중을 위한 영화관을 개관한 이후 사우디 왕국에 문화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기존의 문화 정보부는 신문 방송부(Ministry of Information)로 남게 되었다.

새로 임명된 문화부 장관은 “이 부서의 미션은 모든 분야에 문화를 전하는 것이고 문화는 소프트 파워의 일부이고 국민의 정체성을 배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사우디 2030 비전의 일부이고 국가의 여러 분야에 이슬람 문화를 진작시키고 지원하고 사우디의 정체성을 촉진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아랍 문화를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경우가 있다. 한 예로 수능시험 문항 중에 이슬람 종교 문제가 버젓이 등장한다. 사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안 먹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이슬람 율법이다. 수능시험에서 메카 순례에 대하여 물었다면 그 문항은 이슬람 종교 문제이지 아랍 문화의 문제는 아니다.

요르단 대학교의 칸지 교수는 “아랍 문화는 언어, 관습, 전통과 관련되어 있고 이슬람 문화는 무슬림의 문화, 꾸란과 그 적용, 사회적 종교적 생활 등과 관련되어 있다”(공일주, 『한국인과 소통을 위한 아랍 문화』)고 했다. 또,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2010년 국민과의 만남에서 어느 이집트인이 “저는 콥트인인데요”라고 말을 시작하자 대통령은 그의 말을 막고 “콥트인이라고 하지 말고 또 무슬림이라고도 하지 말고 이집트인이라고 말하라”고 그의 말을 고쳐준 적이 있었다. 대통령이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용어를 구분해 준 것이다. 이집트에서 콥트인이란 말은 이집트 태생의 기독교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실 문화에는 가치관과 생활 관습이 나타나므로 아랍인이 무엇을 생각하는지(가치관), 무엇이 사실인지(세계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하는가와 이들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밝혀준다.

요르단 대학교 교수로 재직할 때 필자에게 요르단인 교수들이 수업 시간에는 ‘종교, 축구, 왕’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요르단에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자리에서는 과도한 폭력물, 에로영화, 종교영화 등을 상영하지 말라고도 했다. 따라서 한국문화와 아랍 문화의 교류에서는 무엇이 ‘종교’와 관련되어 있는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인 라마단이 되면 이슬람 국가에서 온 외교관들은 이프따르(금식을 깬 후에 먹고 마심)에 초대되는 일이 있다. 이프따르는 아랍 문화가 아니고 이슬람 종교와 관련된다. 라마단의 금식은 이슬람의 다섯 가지 기둥 중의 하나이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프따르의 식탁을 “마이다 알라흐만(알라의 식탁)”이라고 부르고, 지역 유지나 국회의원 등이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서 같이 식사를 나눈다.

이번 주 아랍 신문에는 수단 카르툼 주재 미 대사관의 한 외교관이 수단인들과 이프따르를 하는 장면이 소개되었는데, 그 외교관은 수단의 이슬람 문화를 알기 위하여 금식과 이프따르에 참여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그 기사의 말미에는 “그 외교관에게 이슬람을 전하는 기회로 삼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냥 금식만 할 게 아니라 이슬람을 완전한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라 일라하 일랄라(알라 이외에 신이 없다), 무함마드 라술룰라(무함마드는 알라의 메신저이다)”를 그가 공표했어야 한다(알싸르끄 알아우사뜨, 6월 5일자 24면)고 했다. 사실 이 두 문장을 사람들 앞에서 공표하면 그가 무슬림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외교관의 의도와 현지 무슬림들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문화라고 할지 모르지만 무슬림들은 종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이야기로 되돌아가자. 사우디 내부에서는 이번 문화부 장관 임명에 대한 결정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사실 사우디 각 학교에서는 미술, 음악, 연극을 가르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1964년생인 후세인 쇼보크쉬는 사우디 짓다(젯다)에서 미술, 음악, 연극을 배웠다고 하고 어려서 영화관에도 갔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대사관들이 ‘유럽 영화 주간’이란 행사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사우디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한마디로 말하면 정치적인 리더십이 행한 ‘정치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사우디 무슬림들 마음속에 새로운 문화적 담론이 형성되어 사우디 안에 다양성과 부요함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하고 문화부 안에서는 이중성과 상반된 모순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허용’이란 말 때문에 사우디 서점가에서 어떤 책이 팔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점가에서 더 이상 팔지 못하게 하면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라고 했다(알샤르끄 알아우사뜨, 6월 5일 14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부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찬란했던 이슬람 문화뿐만 아니라 금세기에 쇠퇴하는 이슬람 문화의 양면성을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랍 문화제(또는 문화 축전)를 주관하는 사람들은 아랍의 문화와 무슬림의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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