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상인 노리는 아르헨티나 신종 보이스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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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상인 노리는 아르헨티나 신종 보이스피싱
  • 서경철 재외기자
  • 승인 2018.05.0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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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직원 사칭, 벌금 부과 됐다며 자신들 계좌로 입금 유도

최근 급작스러운 공공요금 인상 조치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르헨티나 한인타운 상인들에게 시청 검사원을 사칭해 이른바 '보이스피싱'  행각을 벌이는 악질 사기범들의 신종 사기 행각이 또 하나의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스페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 상인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새로운 사기 수법을 한인타운회 사무장을 역임한 송형직 씨가 겪은 실제 경험담을  통해 다음과 같이 전해 왔다.

송형직 씨는 지난 5월 2일 정오 경 한인타운 한 식당에서 공사를 하던 중 식당 업주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았다. 스페인어에 능숙하지 않은 식당 주인이 한 현지인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의 통역을 부탁하기 위해 송 씨를 바꿔준 것이다.

그 여성은 자신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정부의 벌금 징수과 직원으로 소개하고 그 식당이 음식물 위생 및 청결, 종업원 불법 고용 그리고 영업허가 미필 등으로 고발이 접수돼 그 날 중으로 검사원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녀는 “만약 검사원이 현장에 도착하게 되면 십중팔구 영업정치 조치가 이뤄지게 되며 엄청난 액수의 벌금이 부과되는데 만약 검사원 도착 전에 벌금을 미리 내면 검사원 파견이 3개월 연기되고 그동안 부족한 서류를 만들 수 있는 말미가 생긴다”며 “벌금은 3만 5천 페소(약 170만원)인데 현금으로 내면 5천 페소가 할인된 3만 페소(약 145만원)만 내면 되고 '빠고 파실'(지로 영수증) 혹은 시 정부에서 보내는 사람에게 직접 지불해도 된다”고 말했다.

송 씨는 그 여성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음을 진작부터 알아챘지만 추적을 위해 속는 것처럼 연기하면서 신용카드로도 지불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고 이에 대해 그녀는 “신용카드도 받지만, 그 경우, 3만 5천페소이므로 현찰로 지불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어 송 씨는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준 뒤 그 주소로 빠고파실 계좌를 받기로 했고 약 두 시간 후 송씨의 이메일 계정에는 전화 속의 목소리가 약속한 이메일이 들어 왔다. 

▲ 송형직씨가 공개한 사기꾼들이 만든 조잡한 가짜 지로영수증

돈을 요구하는 이메일 계정은 통상 사용되는 공무원들의 이메일인 ‘@gob.ar’가 아닌 ‘@hotmail.com’이었으며 정확한 이메일 주소는 gbainfraccionesboletas@hotmail.com로 벌금을 담당하는 시청 공무원의 이메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또한 메일을 통해 첨부된 빠고파실 납부 영수증(사진 참조)은 조잡하게 시정부 심벌을 뜯어 붙인 PDF파일이었으며 영수증 중간 쯤에 ‘빠고파실 수취인에게 36891 49337에 입금한다고 통보하시오’라고 씌여 있으며 입금 액은 3만페소였다. 아래 부분에는 바코드가 있으나 진위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뿌옇게 인쇄 돼 있어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영수증 하단에는 '위반사항: 무허가/음식물 위생검사 결과/종업원 미 등록.'이라고 씌여 있으며 관련 법 조항으로 노동계약법 20,744와 상점의 위생허가 관련법 7315/67을 들고 있다.

여기서 노동계약법 20,744조는 연방법 조항이므로 모든 지역에서 효력을 발생하지만 위생허가 관련법 7315/67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지방법이기 때문에 연방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지역의 상점에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이 사기 조직들은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일 뿐이지만 빠고파실에 계좌를 만들어 놓고 한인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하려는 것은 상당히 발전된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송씨는 4일 낮 이메일의 전문과 첨부파일을 부에노스아이레스시 제7구청에 접수하고 관할 경찰에 통보해 달라고 건의했다.

한편, 사기범들이 까라보보(한인촌 거리이름)에 위치한 이 식당을 사기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구글맵에 이 식당에 대한 정보 및 전화번호가 등재돼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송씨는 구글맵에 등재될 경우 광고 효과가 있기도 하겠지만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해 업소의 주인은 구글맵에 등재돼 있는 업소 소개글을 삭제하거나 영업이 폐쇄된 것으로 해 달라고 요청, 삭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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