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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진핑은 황제인가?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  dongp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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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0  11: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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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코트라 전문위원/ 중국 시장경제연구소장

봄꽃이 말해주는 인생 무상

봄기운이 완연하다. 집 앞의 목련이 정확하게 3일을 만개하다가 강한 바람과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듯 화려하지만 일찍 죽어야 했던 인생도 많을 것이다. 기껏 10년의 세월이 권력의 단맛이라면 사람의 화려한 생의 시간은 얼마쯤이나 될까? 그래서 우리는 봄꽃과 아쉬운 이별을 하며 인생의 무상함을 생각한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권력인데 인간의 속성은 지금도 끝없이 그 권력을 탐한다. 그러나 삼라만상이 열매를 맺기 위해 대지의 수분을 탐하는 욕심은 그 본질이 다르다. 자연은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안다.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질서에 순종하며 살아간다.

‘시진핑의 황제 등극’에 대한 안팎의 시각

중국의 양회(兩會)가 끝나고 가장 화제의 중심이 된 사건은 시진핑 주석의 ‘영구집권’이었다. 서방 언론은 지금 이 사건을 두고 ‘시진핑의 황제 등극’ 또는 ‘중국의 1인 천하 도래’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미래 권력과 향후 정치 발전에 대하여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다 맞는다고 볼 수도 없다. 문제는 중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있다. 그 기저에는 중국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깊은 통찰의 배경이 없이 그저 현상만으로 부정하고 긍정하는 것은 한낱 개인의 시각일 뿐이다. 물론, 그것도 자유라면 자유다.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중국 시각은 서방 언론이 지적하는 개인적 의견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중 관계의 의미와 장래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및 정치적 함의를 생각한다면 중국은 우리에게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다. ‘시진핑의 1인 독재’라는 표현이 서방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라면, 우리의 시각은 조금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중국 사회는 무엇보다 질서가 우선되는 곳이다. 위와 아래 그리고 중간의 구분이 명확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은 합작을 하더라도 5:5의 비율에 적응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이다. 왕과 신하,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형님과 아우라는 신분의 위계질서는 3천년을 내려온 중국인의 본능적인 관념이자 질서체계다.

‘굴욕의 100년’ 역사와 모택동의 시대적 역할

중국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대부분의 서방 언론은 잘 모르거나 대충 안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인이 지금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것이 ‘굴욕의 100년’ 역사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처럼 자나 깨나 이 치욕의 역사를 머리에서 지우지 않고 살아간다. 부끄러운 굴욕과 치욕의 역사 앞에서는 모든 중국인들이 하나가 된다. 서방의 제국주의가 청나라 말기에 중국을 엄습하고 일본의 군국주의가 난징을 학살했던 사건은 현재도 중국인들의 가슴에 피멍으로 남아 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존망의 기로에서 중국이 겪어야 했던 혼동과 혼란의 아수라장이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와 입헌 군주제라는 좌표를 놓고 중국은 한바탕 내홍을 겪어야 했고, 다시 좌우의 대립으로 인한 이념의 갈등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야 했다. 전국 각 지역에는 군벌이 막강한 권력을 잡고 있었고, 중앙에는 여전히 황제가 되고 싶은 자들이 득실댔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천차만별의 아수라장에서 만약 민주선거를 한다면 그 모습은 아마 가관일 것이다.” 그리하여 중국은 마침내 모택동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분열된 중국 영토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시킨다. 등소평이 모택동을 두고 공(功)이 7이고 과(過)가 3이라는 평가는 문화혁명이 막 끝난 시점에서 나온 말이다.

중국인에게 또 다른 상처와 멍에로 남아 있는 문화 대혁명이었고, 중국을 후퇴시킨 모택동의 최대 실책이었지만 중국인은 아직도 그를 존경하고 있다. 관대해서도 아니고 그를 향한 향수가 있어서도 아니다. 아무튼, 그의 최대 업적은 분열된 중국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점이다. 산산조각이 날 뻔했던 중국을 그가 다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이 오늘의 눈부신 중국만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다. 그 내면에는 부와 권력을 둘러싼 엄청난 투쟁이 있었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노선을 놓고 벌려야 했던 어마어마한 이념 투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샤오캉 사회’를 향한 모순 극복 과제 

서방의 끈질긴 압박과 견제 속에서도 중국의 성장은 계속되어야 했고, 그 또한 국가의 생사가 걸린 일이었을 것이다. 노동자 농민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 사회주의 노선이고 분배의 정의가 평등하게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 공산당의 이념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무리 중국식 특색 사회주의로 탈바꿈 한다고 해도 이미 돈맛이 들은 중국인에게 빈부의 차이는 예정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한층 강화 했다고 하는 의미는 독재의 의미보다는 이런 내부의 모순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국의 1인 체제의 변화는 독재가 아니라 더 강한 중국이 되자는 결연한 의지일 수도 있고, 아직은 서방에서 바라보는 중국의 겉모습처럼 중국이 그렇게 탄탄한 기초를 쌓지 못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중국은 지금 ‘샤오캉 사회(小康·국민 모두 편안하고 풍족한 사회)’를 건설해야 하고 완성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중이다. 저 멀리 중국의 내륙지방은 아직도 빵 한 조각이 인민의 아침이고 국수 한 그릇이 점심이고 저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가야하고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험난하다. 그 넓은 땅덩어리의 15억 인구가 평등하게,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진핑의 1인 독재는 ‘중국은 더 발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어쩌면 자기희생일 수도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독재라는 서방의 표현 앞에서 아마 그는 그냥 웃을 수도 있다. 세월이 가면 꽃은 지고 권력도 사라지는 법이다. 과연 그가 그 사실을 모르고 영구집권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외람되지만 하수들은 빼고, 중국을 아는 진정한 고수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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