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네르바스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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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미네르바스쿨’ (상)
  • 엄인호 경제학자
  • 승인 2018.02.0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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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인호 경제학자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가 아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을 통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변혁이다. 인간과 사물이 현실과 가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도 대화를 하는 제2의 ‘르네상스’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사회, 경제, 과학, 교육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1차 산업혁명(18세기 후반의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19세기 말의 전기와 제철), 3차 산업혁명(1960대 말의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과 기술혁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1-3차 산업혁명 기간 동안의 기술진보는 노동의 성격 변화 및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종전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시켰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똑똑해지고 로봇의 값은 점차 저렴해지기 때문에, 기업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을 포함하는 각종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활용도가 점차 높아져 기계가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컴퓨터화-무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2018년은 무인화열풍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매 유통업계에서는 미국의 월마트 매장(‘캐쉬360’이라고 불리는 로봇이 계산원을 대체), 아마존 고(1월22일 시애틀에 오픈한 무인 편의점), 중국의 DJ닷컴 편의점 등이 무인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계산원을 하는 사람은 약 350만여 명인데 그들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3D 프린터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무인화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수업계의 무인화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트럭운송은 미국 물류 운송량의 60% 이상 규모의 큰 산업인데, 무인자동차가 인력을 대체하면, 미국 내에서만 약220만~310만개의 운전기사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미국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는 보고한 바 있다. 과거엔 단순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했지만 지금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지적인 분야(경영진, 금융, 법률, 의료 서비스 등 전문직종)까지 변화가 진행 중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2013)의 논문에서도 “현존하는 미국의 직종 중 47%가 10~20년 동안 컴퓨터화의 위험으로 사라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세계경제 포럼)에서도 자동화와 기술변화로 앞으로 5년간 사무행정직 및 제조업 직종을 중심으로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영, 컴퓨터, 엔지니어링 직종에서 약 21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omy Rifkin)의 저서(노동의 종말, 1995)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노동의 종말을 불러올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노동자가 거의 없는 세계로 향하고 있고, 인간은 더욱 창의적인 일을 위해 진보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 연구가 경고한대로, 미국에서 현존하는 직종의 절반이 20년 내에 없어진다면, 그러한 직종과 관련된 대학졸업장도 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산업으로부터 수요가 없는 직종의 대학 학과부터 없어진다. 지금까진 대학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보장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비싼 학비를 부담하면서 대학에 진학했는데, 그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세계적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장)는 2030년 세계 대학(특히 전통적인 수업 방식으로 가르치는 학교)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예측하고 있다. 지식의 반감기(가치가 50%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가 매우 짧아져 대학이 산업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수요(특히 현재 존재 하지 않은 새로운 직종)와 기존의 교육체제에서 공급하는 인력과의 ‘미스매치’를 미래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를 대학이 공급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현재의 학교체제를 산업화 시대의 노동력을 양성하는 곳이라고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부의 미래’란 책에서 묘사했다. 산업화시대에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력을 공급하는 게 학교의 최대 목표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기존의 교육방식은 1-2차 산업혁명이 있었던 19세기의 방식과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 명문대학에 가야 했고, 대학입시에 초점을 둔 지식습득위주의 중등교육체제는 쓸모가 없는 시대가 다가온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초연결사회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정보들이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미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동료와, 심지어는 사물들과의 협업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교육체제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고등교육 시스템이 기술혁신의 속도에 비해 너무 더디게 발전한다고 스티븐 코슬린 ‘미네르바스쿨’ 학장(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 학장)은 주장하고 있다. 미래의 인재를 길러낼 혁신을 추구하는 대학교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014년 개교했다.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s at KGI)’이다.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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