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이제 우리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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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광양회(韜光養晦)는 이제 우리의 몫
  •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7.08.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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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중국시장경제연구소장

중국인들은 신분질서와 합리적 사고에 능하다. 그들의 질서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위계질서로 출발한다. 아버지와 장자(長子) 그리고 장손(長孫)의 질서다. 그 신분은 출생하면서 정해진다. 오늘날의 중국도 별반 다름이 없다. 이 같은 질서 개념은 아직도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조지프 던포드'와 이해찬 특사

 

아래는 얼마 전에 북경에서 있었던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과의 면담 사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우리는 이해찬 의원을 특사 자격으로 중국으로 보낸 적이 있다. 일국의 특사는 국가 원수를 대리하여 파견된 사람이다. 예우 측면에서 동급의 대우를 해 주는 것이 외교 관례라는 사실을 중국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게 하질 않았다.
 

이 한 장의 사진에는 중국인의 뿌리 깊은 서열 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의 한중 관계를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미국의 합참의장을 왜 시진핑 총서기는 우리의 특사와 다르게 대우했던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주 의미 있는 모습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서열을 명확히 하자는 의미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대 한국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향후 중국은 한국에 대하여 이러한 서열 의식을 분명하게 갖고 대하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중국의 속셈 ?

사드배치 문제가 요즘 한중 관계 속에서 소강상태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심화된 것도 없이 흘러가는 중이다. 이 또한 중국인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다. 중국 사람들은 갑자가 몰아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가 중국을 잘 모르고 밀어붙였다가 지금 제 풀에 주저앉고 있다. 중국을 서양인의 관점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하여 불을 질렀던 으름장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그렇다면 중국의 속셈은 도대체 무엇인가? 중국은 지금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향해서 “다시 위계질서를 정확하게 하자!”는 뜻이다. 명분상으로도 한국의 자주권 확보를 위한 사드배치에 중국이 간섭할 이유가 없다. 중국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이 또한 잘 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중국은 이참에 위계질서를 잡아보자는 뜻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과거 맏형으로 군림했던 중화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시진핑이 하고 싶은 현 시점에서의 정치적 행위다.

소낙비가 하루 종일 오지 않고 회오리바람이 아침 내내 불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북한이 저렇게 난리를 떨고 미국이 아무리 협박을 해도 자기들에게 불리한 상황은 얼마 안 가서 다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한중 수교 25주년이 돌아온다. 25년 전에 중국은 아직도 지방도시에서 인력거를 타고 다녔던 나라다. 필자도 타 보았다. 2원이면 되는 거리를 10원을 주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았더니 연신 고개를 숙이던 인력거 아저씨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중국의 화평굴기 !  한국의 도광양회 ?

등소평이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를 주장하며 시작한 중국의 개혁개방이 한국과 중국에게 30여 년의 세월을 남기고 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한중 관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무식한 사람들이라고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국제질서는 힘이 그 서열을 좌우한다. 중국은 지금 그 서열을 우리에게 가르치려는 중이다. 중국이 도광양회를 졸업하고 '화평굴기(起)'를 선언한 오늘, 어쩌면 도광양회는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냉철한 판단과 명민한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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