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백년대계의 리더십이 나라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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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백년대계의 리더십이 나라를 일으킨다
  • 이동호 명예기자
  • 승인 2017.07.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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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와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백년대계의 리더십이 만들어져야 산다

▲ 이동호 명예기자
우리의 반만년 역사를 보면 10세기 후반 발해가 멸망한 후 군소국가로 전락해 나라를 지켜온 우리는 중국과의 조공외교로 우리의 주권과 한민족 정체성을 보장받으며 살아온 민족이었다. 그러다가 중국 중심의 아시아가 19세기에 들어서서 그 질서가 무너지면서 우리는 이렇다 할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다가 태국도 피해간 식민지 시절을 겪고, 망국의 한을 쌓아가면서 36년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살아야 했다.

정권이 바뀌면 국가정책이 바뀌는 나라

남북한을 합하면 영국·프랑스 수준인 7,500만 인구인데 우리는 언제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우리의 지도자가 어떻게 생각하며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가 답이다. 모든 것은 백년대계의 대로에서 당당히 나라를 다스리는 길만이 나라를 강대국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지난 정권의 과제가 부정된다. 드물게 정권이 승계돼도 과제의 제목을 바꾼다. 국가의 백년대계보다 정권의 업적을 추구하는 편협함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5년 단위로 끊어지는 영속성 제로의 정치 환경에서 경제나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에 대한 부정으로 개혁을 시작한다. 과연 이러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풍조가 옳은 것인가를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반추하며 우리의 생존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인도, 중국의 우주개발 도전

인도와 중국의 우주선 개발 상황을 살펴보자. 인도가 2013년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쏘아 올렸다. 인도가 1960년대부터 가난을 딛고 우주개발에 뛰어든지 반세기 만에 이룬 쾌거로 강국 반열에 올랐음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발전에 역점을 두는 사이에 한 수 아래라고 치부했던 인도가 꿈꾸기 어려운 곳으로 날아올랐다.

1961년 소련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지켜본 마오쩌둥 주석은 일갈한다. “우리는 개념조차 모르는 우주선이 존재한다면 중국이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주선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수학과 물리학에 능통한 자들을 모아 특별조직에 편입시켰다. 소련 유학생 출신들은 소련으로 가서 러시아인 동창생들에게 귀동냥도 하고 한 단계 전진하기 위해 몇 년이 걸렸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시작할 때의 간부들은 모두 죽고 출범에 참여했던 어린 학생이 책임자가 되어 1999년 신저우 유인우주선 1호가 발사되어 성공적인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인도가 우주선개발에 뛰어들었을 때 가난에 찌들어 있었지만 두 나라 지도자들은 길게 보고 변함없이 지원했다. 일당독재로 정치적 안정이 확보된 중국도 그렇지만, 정치적 혼란을 겪은 인도가 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정진한 것은 백년대계가 얼마나 중요한 철학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싱가포르 리콴유의 성공신화

싱가포르의 국부와 장기집권 독재자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리콴유(李光耀) 수상은 1959년 영국 식민지 자치정부 총리로 취임한 후 공식적으로 퇴임한 1990년까지 31년 간 싱가포르를 통치했다. 그러나 리콴유 총리는 퇴임한 후에도 원로 장관, 고문 장관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싱가포르 국정운영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청렴하고 깨끗한 나라,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무원에게 일반기업보다 많은 임금을 줬다. 그리고 질서를 넘어선 자유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태형 제도를 만들었다. 그는 싱가포르를 국내총생산(GDP)이 2014년 5만6천 달러가 넘어가는 아시아 1위(세계 8위)의 경제부국으로 만들었다. 싱가포르를 비즈니스 허브로 만든 결과, 아시아 최고의 금융 및 정보통신 등 7천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포진해 있다. 

 강력한 법과 청렴한 공직사회

싱가포르가 이렇듯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리콴유 전 총리의 백년대계의 국가 경영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리콴유는 초기 국가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시스템을 강력한 법과 청렴한 사회로 정했다. 범죄가 무성한 나라를 깨끗하게 만들려면 강력하고 엄격한 법제도가 있어야 하고 아울러 공무원 사회를 아주 청렴하게 유지해야만 국가체계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를 위한 선결조건은 솔선수범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리콴유 수상은 청렴의 표상으로 행동하고 처신했다. 리콴유의 부친은 아들이 수상으로 재직했어도 70세가 넘도록 시계수리점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렸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셈이다.

재직시절 측근인 부하공무원이 우리 돈 30만원을 착복했다고 헬기에 실어 바다에 빠뜨리고 이를 TV로 중계하게 했던 유명한 실화가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재산등록을 법제화 해놓았는데, 공무원들은 사회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엘리트 집단으로 자긍심을 갖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도록 했으니 나라가 잘 굴러 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백년대계를 함께 만드는 리더들을 대망한다

국가와 사회의 우리 리더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을 강국 반열에 올릴 백년대계를 제시하고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되는 국정목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반복적으로 무조건 과거를 부정하고 계승이 없는 사회는 공동체의 동력을 잃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특히 요즈음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원전의 완전 탈원전은 물론 국민 공론화에 부쳐 국민이 결정하도록 한다는데, 과연 국민들이 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단기간에 백년대계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많다.

함량미달의 리더를 만나 나눠 먹는 데만 열중하다 나라 거덜 내고 후손에게 욕먹는 ‘개념없는 조상’이 될 수는 없다. 격량에 휩싸이는 동북아 신세력 판도에서 전략 없이 우왕좌왕하다 금수강산을 또다시 남의 놀이터로 내어줄 순 없다. 대한민국을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원대한 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부르짖는 백년대계 리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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