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캄보디아 은행 취업에 성공한 김이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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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캄보디아 은행 취업에 성공한 김이수 씨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7.04.1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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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인력공단 월드잡 통해 프놈펜상업은행 입사한 젊은 여성의 당당한 도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월드잡을 통해 금년초 프놈펜상업은행(PPCB)입사에 성공한 김이수씨 (사진 박정연 재외기자)

 

해외진출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다. 어쩌면 도전자체를 즐긴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어울릴지 모른다. 오늘 만난 여성 김이수 씨도 그런 젊은이 중 하나다.

올해 초 프놈펜상업은행(PPCB)에 갓 입사해 수습과정을 밝고 있는 신입행원 김이수 씨와 인터뷰 하기로 마음 먹은 건 지난 3월 중순이었다. 교민사회 이슈나 화제로 떠오른 주요 인사가 아니고 이제 막 캄보디아에 온 젊은 여성과 인터뷰를 결심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우선,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지사(지사장 박태훈) 주최로 열린 제1회 프놈펜해외취업설명회를 통해 현지취업에 성공한 당찬 여성이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하는 궁금증이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김이수 씨에게는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과연 이 여성이 과연 캄보디아에서 잘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뜬금없는 테스트 심리(?)가 발동했음은 부인하지 않겠다.

▲ 최근 자리를 함께 한 프놈펜상업은행 신은주 본부장, 김이수 신입행원, 박태훈 한국산업인력공단 캄보디아 지사장(좌측부터)


화상 면접 당시 면접관으로 나섰던 신창무 프놈펜상업은행장이 한 면접자에 대해 한 코멘트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면접자 중 한 명이 과거 은행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다, 인물도 괜찮고, 영어회화 실력도 미국 유학파보다 훨씬 나은 것 같네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김이수 씨에 대한 칭찬이었던 같다.

김이수 씨의 인터뷰와 관련해 회사 담당자랑 미리 통화해 사전양해를 구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래도 당사자로부터 직접 인터뷰를 수락한다는 대답을 듣고 싶어 무턱대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예상 밖으로 낭랑했다. 신입사원 특유의 떨림이나 수줍음 또는 긴장감이 배어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반대였다. 목소리는 밝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고객응대 매너 역시 친절하면서도 프로다웠다.

태어난 곳도, 지금 부모님과 살고 계신 곳도 인천이라는 김이수씨는 홍익대학교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새마을금고와 수협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력을 알고 나서야 목소리가 프로다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음 날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하지만 왠지 처음부터 분위기가 어색했다. 첫 질문으로 캄보디아에 온 소감을 물었다. 일부러 뻔한 질문을 던진 건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 그런데 답은 아주 짧게 “좋아요”라고 돌아왔다. 기대했던 답은 아니었다. 캄보디아 간다고 할 때 혹시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여성이 낮선 사람과 만나 처음하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란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날은 인터뷰를 접고, 다음 기회에 다시 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편안한 분위기속에서 본인의 속 얘기를 끄집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틀 후쯤 다시 편안한 곳에서 다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정오 무렵 프놈펜상업은행 본점 옆 작은 까페에서다. 역시 두 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예상대로 표정이 처음보다 편해 보였다.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푼 뒤 다시 지난번과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실 캄보디아에 대해서 주변에서 걱정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아직도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라서 위험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제가 캄보디아에 간다고 하니까,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걱정하시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우리 딸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시고 격려도 해주셨죠.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도 마음속으로는 걱정을 많이 하시면서도 그래도 우리 딸이 잘 해낼 거라 믿어주신 부모님 덕분이죠.”

‘부모’라는 단어가 나올 때 잠시나마 눈빛이 미세하게 흘렸다. 고운 심성이 느껴졌다.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는 게 젊은 여성의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소 준비된 듯한 답변이 나왔다.

“중국에서 잠시 유학을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주로 외국학생들과 어울리다보니 더 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관심도 많아졌어요. 그 덕에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거의 없어졌구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외국인들이 주로 오는 이태원의 레스토랑에서도 일 년쯤 일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영어도 배우고 외국친구들도 사귀는 등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죠. '월드잡'에 신청서를 낼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임에도 캄보디아에 올 때부터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직장생활의 고충을 묻는 질문에 “제 면접을 보신 행장님을 비롯해 함께 일하는 분들이 잘해주셔서 힘든 점은 별로 없어요.(웃음). 지금 회사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구요. 별도로 주거비용이 안 들어 생활비도 절감되고 회사 기숙사에 24시간 경비도 있어 안전하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어요. 

“그래도 힘든 점을 있을 텐데?”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그제서야 어렵게 대답이 나왔다.

“ 평일 업무가 끝나면, 주말에는 시간이 많이 남긴 한데, 아직 바깥 구경은 아직 제대로 못해봤어요. 아직 마음에 맞는 또래 친구들을 사귀지 못하다보니, 그래서인지 조금은 답답하고 심심한 점도 없지 않아요.”

밝던 표정에 잠시나마 그늘이 진다. 문득, 친구나 가족도 없이 젊은 여성이 낯선 나라에 와서 혼자 지내는 것 자체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던 인터뷰를 잠시 접어두고 조금 주제넘는(?) 조언을 몇 마디 거들었다. 물론, 나중에 괜한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나 싶어 후회를 하긴 했지만...

잠시 어색해진 틈을 타 주변에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될 만한 좋은 여성분들을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하자, “정말요?” 하며 이내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머릿속 생각을 잠시 정리한 후, 프놈펜에서의 생활은 어떤지를 물었다.

“수도라서 그런지 프놈펜은 기대했던 것 보다 주변환경이나 편의시설들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은행에서 일하는 게 어떤지 궁금해 물었다.

“과거 한국에서도 수년간 은행 업무를 한 경험이 있어 어렵지는 않지만, 한국과 이곳의 일처리 방식이 달라서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현지에 진출한 은행이긴 하지만, 교민 고객들을 주로 대하다보니, 외국에 와서 일한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어요. 그럼에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은 늘 해요. 무엇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자신감 넘치고 당찬 모습이지만, 여성다운 감수성과 섬세함은 숨길 수 없었다. 미혼인 김이수 씨는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진출을 꿈꾸는 또 다른 청춘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김이수 씨는 예상보다 짧은 대답을 내놓았다.

“일단은 무조건 도전하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간단명료한 대답이지만, 어쩌면 이게 가장 정확한 정답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앞으로 꿈이 뭐냐고 물었다. 뭔가 거창한 꿈이 있을 듯 싶었다. 그런데 이 대답 역시 솔직담백했다.  

“솔직히 아직 꿈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하지만, 아직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같은 건 있어요. 이게 도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자꾸 도전하면서 뭔가 후회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언젠가 진짜 하고 싶은 뭔가 생길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금 당장은 캄보디아에서 잘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최선을 대해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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