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윈 아르헨티나 주최 문정희 시인 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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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윈 아르헨티나 주최 문정희 시인 강연회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6.06.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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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사용되는 언어, 삶이 완벽하지 못하고 허전하고 마모된 느낌”

▲ 코윈 아르헨티나 주최 김윤신 미술관에서 강연하는 문정희 시인.

제11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시(詩) 페스티벌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문정희 시인이 6월8일 저녁 코윈 아르헨티나(지역담당관 김란) 주최로 김윤신 미술관에서 강연 및 시낭송을 가졌다.

강연회에는 장진상 문화원장을 비롯해 이병환 한인회장, 최태진 문인협회장 등 30 여명이 참석해 경청했다.

문정희 시인은 “문학에서 주제를 맞추기 어렵지만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가 큰 테마이고, 한국어, 스페인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가락을 넣은 게 시(詩)”라며, “한국의 이상적인 시인으로 김소월을 들 수 있고, 그의 시에는 우리 말, 우리 가락이 충만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한국에도 들어보지도 못한 신생어들이 범람하는데 이는 국제화 시대에서 기형적으로 파생하고 있는 추세로 현재 한국어는 고유어, 한자어, 굴절한자어, 외래어로 구성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문학에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면 가락이 두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정희 시인은 “한국인의 삶이 무엇인가를 문학인으로서 간파하고, 문학의 입장에서 분석해 보자면 바로 언어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사용되는 언어에서 삶이 완벽하지 못하고, 허전하고, 마모된 느낌”이라며, “정치·경제 발전은 선진국 모델을 배우며 흉내내지만, 정신적인 창조력은 오직 자기 혼자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시인은 언어의 역량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언어가 풍성해야 삶이 풍요로운데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그게 독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전남 보성의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문정희 시인은 자신이 세 살 적 겪은 6.25 전쟁, 초등학교 시절 대도시로 전학 갔던 일,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상경해 가족과 떨어져 살았던 환경 등 그리움이 문학의 길을 걷게 된 주 요인으로 본다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화여대 문학공모에서 1등을 하면서 고교생 시절에 첫 시집을 냈고, 대학 4학년 때 등단했던 자신의 삶에 관해 얘기했다.

등단은 했지만 당시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는 문 시인은 “8년 만에 현대문학상을 수상 했지만 대학 시절에는 각종 시위, 교사 시절에는 10월 유신, 계엄령이 발동해 등단 10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에서 계엄사령부 검열로 6편을 삭제해야 했으며, 1980년대 초 뉴욕대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던 중 아웅산 테러사건, 이산가족 찾기 등 여러 이슈를 접했고, 참담했던 뉴욕에서의 삶을 통해 문인으로서 애정과 미움, 객관적인 시각이 생겨 주눅 들지 않고 좀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 코윈 아르헨티나 주최 김윤신 미술관에서 강연하는 문정희 시인.

또한, 뉴욕에서 얻었던 경험으로 한 시대를 주시했고, 한국 시에서 주시했던 것은 여성주의(Feminism)로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인구가 사망했지만 여성에겐 기회가 됐는데 남성들이 전쟁터에 있는 동안 여성들이 군수물자 공장에서 일하게 됐고, 세월이 흘러 여성의 사회진출과 여성참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문 시인도 작품에 여성의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고, ‘유방’이란 시 제목 때문에 남자들이 웃어댔다면서 그것은 남성의 섹스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으로 ‘유방’은 유방암에 걸린 여성의 슬픈 이야기이며 자신이 최초로 여성언어를 구사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 시인은 한국이 일제시대, 6.25전쟁, 급격한 경제부흥, 과격한 경쟁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시인들이 시를 쓰는데 우세할 수 있다며, 국가가 불행할수록 시의 소재가 많다는 점과 최근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듯이 한국문학번역원의 훌륭한 역할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문 시인은 이번 방문에 대해 “아르헨티나를 보자마자 홀딱 반했고, 이 나라가 가진 예술정신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연에 이어 문 시인은 자신의 시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유방’, ‘응’, ‘남편’ 등 다수의 시를 낭송하며 시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고, 참석자들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이어간 강연에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6월7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페스티벌은 아르헨티나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외국인 시인과 외국에서 시인을 직접 초청해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18개국의 시인 35명이 초대됐고, 지난 해 조미희 시인에 이어 올해는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한 문정희 시인이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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