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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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 특별전
  • 정승덕 재외기자
  • 승인 2016.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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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나전칠기 전통과 아름다움 집중 조명
▲ 〈학·봉황·복숭아무늬 큰 상〉 조선시대(1392–1910), 1800–1900 나무에 옻칠과 나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 소장.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 춤추듯 뻗어가는 넝쿨, 금세 날아갈듯 한 작은 새. 이 모두가 매끄러운 옻칠 위에 고운 자개로 장식돼 환하게 빛난다. 4월 29일부터 10월 23일까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 특별전을 개최한다. 미국 최초로 한국 나전칠기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 전시회다.

아시아미술관은 한국 나전칠기 전통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나전칠기 예술의 미적·기법적 전개를 보여주고자 기획했다. 관람객들은 아시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중·후기(16세기후반~19세기 후반) 나전칠기 작품을 주로 감상할 수 있으며, LA 카운티 미술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한국의 기관들에서 대여한 작품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의 작품이 아시아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아시아미술관은 미국에서 한국 나전칠기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으며, 수백 년 전에 제작된 조선 중·후기의 귀중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나전칠기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미술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한국미술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 동안은 우리 전통인 한국 나전칠기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때문에 아시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나전칠기의 역사와 예술적 가치, 기술적 변천에 관한 다각적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를 관람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풀어내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나전칠기,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이 만나다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오늘날, 한국 공예의 전통과 아름다움 또한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 공예미를 대표하는 나전칠기는 그 바탕이 전통 옻칠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일종의 천연 플라스틱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달에 걸쳐 옻나무 수액을 겹겹이 칠하고, 건조시키고, 광을 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나전칠기 특유의 윤이 나는 바탕이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지는 자개 장식에는 한국 남해안에서 채취한 전복 껍데기가 주로 쓰인다. 영롱한 나전 장식은 옻칠된 상자와 탁자, 옷장 등에 은은하고 맑은 빛을 더해줘 제작자와 소장자의 우아한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세밀하게 장식된 조선 중기의 상자들, 화려한 조선 후기의 가구들, 그리고 보기 드문 18 세기 후반의 십장생 무늬 책상 등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예술적 소통을 위해, 현대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 된다. 나전을 촘촘히 붙인 황삼용 작가의 연작 <조약돌>은 한 점을 완성하는 데 약 250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조약돌>들은 단순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나전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나전을 전면에 이어 붙인 김유선 작가의 작품은 반 고흐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빛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강원도 숲에서 경험한 빛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뉴 미디어 작가 이이남의 새로운 작품, <다시 태어난 빛-자개>는 아시아미술관 소장품인 16세기 조선 회화를 배경으로 한다. 작가의 빛에 대한 해석과 아이디어는 정적인 조선시대 회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관람객들은 이 작품에서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시아미술관 관장 제이슈(Jay Xu)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은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전문학예직과 단독 전시실을 마련했고,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존과학을 통해 본 한국 나전칠기

이번 전시를 위해 근대 나전칠기 유물 4점은 현대 과학의 힘을 빌려 정밀한 보존처리과정을 거쳤다. 이 유물들은 게티 보존과학연구소(Getty Conservation Institute)와의 협력아래, 화학적 분광분석 및 엑스레이 촬영 등의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됐다. 한국 나전칠기만을 심도 있게 보존처리 한 것은 미국 내에서 처음이다. 이를 통해, 거북 등껍데기 아래에 금속 포일을 넣는 기법 등 지금껏 알려진 적이 없는 여러 제작기술이 확인됐다.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기술적 전승도 오래 전에 끊긴 전통공예 기법이 과학의 힘을 빌려 새로이 발견된 것이다.

아시아미술관은 나전칠기 공예기법과 보존처리 과정을 담은 영상물을 새로 제작해,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를 관람객에게 보다 쉽게 전달한다. 이 영상물을 비롯한 나전칠기 보존프로젝트는 한국 국외소재 문화재재단의 재정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특별 전시연계 프로그램: 심포지엄, 나전칠기 시연 및 체험행사

5월 21일(토)에는, 미술사학자를 비롯하여 예술가와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일반인 대상 심포지엄, ≪새롭게 보는 한국 나전칠기≫가 열린다. 이 자리는 한국 나전칠기와 관련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공유하고 토의하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다. 당일 오후에는 한국에서 온 장인의 나전칠기 제작 시연을 참관할 수 있으며, 나전 브로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무료체험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심포지엄과 이 행사는 영어로 진행되며, 미술관 입장권을 구입한 관람객에게는 무료다. 9월 25일(일)에는 한국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한국 문화의 날’ 행사가 열린다. 이날 미술관은 무료로 개방되며, 한국 나전칠기와 관련한 다양한 가족 프로그램도 예정돼있다.

≪맑은 빛, 고운 선: 한국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전시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이 기획했다. 본 특별전은 한국미술 전시실과 타테우치 전시실(Tateuchi gallery)에서 열리며, 코렛재단(Koret Foundation)과 한국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 후원한다.

[재외동포신문 정승덕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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