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마라토너의 귀화…①
상태바
[법률칼럼] 마라토너의 귀화…①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5.07.29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며칠 전, 케냐 마라토너의 귀화추진 소식이 논란이 되었다. 케냐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가 주인공인데, 그는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의미의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는 국제마라톤대회에 4차례 참가하였는데, 모두 한국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였다.

 2011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9분 23초로 우승한 그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5분 37초로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였으며, 그해 10월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또 우승하였다. 그리고, 그는 2015년 3월 15일에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6분 11초로 또 다시 우승을 하였다. 그의 올해 기록은 이봉주의 한국 기록 2시간 7분 20초보다 앞서는 기록으로서 세계 9위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3년 전에도 귀화를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2012년말 도핑테스트에 걸려 2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귀화가 무산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그의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말라리아 예방주사를 맞은게 문제가 되었다. 정말 금지약물을 복용하였다면 2년 만에 이런 기록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해명을 하였다고 한다. 대한육상경기연연맹은 에루페가 한국 마라톤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에루페의 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는 귀화를 하여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그런데, 에루페의 귀화추진에 대하여 국내 대표적 마라토너인 황영조 국민체육공단 감독이 반대입장을 밝힘으로서 논란이 야기되었다. 황영조 감독은 “에루페를 이길 한국 선수는 없다. 만약, 에루페가 귀화한다면 한국 선수들의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올림픽 꿈나무들도 상당한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에루페에 대한 귀화를 허용하면 많은 선수들이 귀화할텐데 마라톤 뿐만 아니라 단거리 쪽도 자메이카 선수 등이 귀화를 시도하면 한국의 좋은 선수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에루페의 경우 최근 도핑에 걸리기도 하고 케냐에서는 올림픽에 참가할 만큼의 수준도 아니다. 귀화보다는 아프리카의 좋은 선수들이 국내에서 훈련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한체육회 규정으로는 징계가 끝난 뒤 3년이 지나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기 때문에 2012년도에 금지약물 복용으로 자격정지 2년을 받은 에루페가 귀화하더라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기는 힘든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귀화를 추진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은 국적법상 귀화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우리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외국인이 귀화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5년의 국내 거주기간 요건과, 한국어능력, 생계유지능력, 품행단정 요건 등을 충족하여야 한다. 에루페의 경우는 청양군청과 연봉 6,000만원으로 계약을 하고 입단하였기 때문에 생계유지능력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국내 거주기간 요건과 한국어능력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가지고 보았을 때는 5년 동안 국내 거주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한국어능력도 귀화절차를 통과할 수준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에루페는 일반적인 귀화요건은 충족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국적법상 특별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귀화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나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는 5년간의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한국어능력 테스트도 면제되기 때문에 손쉽게 귀화를 할 수 있는 제도이다.
 
  말 그대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대한민국에 특별한 기여를 하였으므로 귀화절차에 있어서도 특별한 우대를 해 준다는 것이다. 2012년 한일월드컵 때 우리나라를 4강으로 만든 네덜란드의 히딩크 감독의 경우, 그의 특별한 능력으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4강이 되었으므로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특별귀화를 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는데, 히딩크 본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아 결국 명예국민증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예우한 적이 있었다.
 
  에루페의 귀화를 추진하는 쪽은 에루페의 올해 마라톤 기록이 세계 9위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우수하여 에루페가 태극마트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면 메달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위 특별귀화 대상자 중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보유한 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익에 기여할 것으로 인정되는 자’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에루페의 올해 마라톤기록이 세계 9위인 점을 감안하면 에루페가 체육분야에서 상당히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은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가 일반적인 귀화절차가 아닌 특별한 귀화절차를 통하여 우리 국적을 취득하기를 희망하며 나아가 태극마크를 달아 올림픽대표로 출전하기를 희망하는데,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점, 대한체육회 규정상으로 징계가 끝난 뒤 3년이 지나야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데 귀화가 서둘러 진행되는 점, 그의 실력이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은 점, 그의 귀화가 국내 마라톤 새싹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국내 지도자들의 반발 등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귀화를 하려면, 대한체육회가 에루페를 특별귀하 대상자로 추천하여야 한다. 앞으로, 대한체육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