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르스, 지나친 우려보다 침착한 대응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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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르스, 지나친 우려보다 침착한 대응 먼저”
  • 배경란 사우디 킹 파드 왕립 메디컬센터 감사팀장
  • 승인 2015.06.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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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란 사우디 킹 파드 왕립 메디컬센터 감사팀장
  얼마 전 한국을 다녀온 어느 사우디 동포 박사로부터 그와 가족이 겪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고향의 아름다운 산천을 마음에 담고 돌아오셨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박사님이 참으로 서운했을 것으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손자가 유치원에 가서 우리 할아버지가 사우디에서 오셨다고 자랑을 했더니 그 다음 날부터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가족에게 민폐를 끼친 장본인이 된 것입니다.

  오랜 친구들과 미리 정해졌던 만남조차 기약 없이 미뤄졌다는 전언입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이 배움은 많은데도 그만큼 지식인으로서 제구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시류와 여파에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더군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를 격리하고 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알아내 감염률을 줄이는데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 또는 일본 독감이 유행하던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병원을 폐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한마을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친 조치인 데다 국민의 불안감만 증진시킬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해법일 수 있습니다.

  사우디도 1년 전 메르스 때문에 상당한 우려를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현재는 매우 안정적으로 컨트롤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성 있는 캠페인을 이제부터라도 상당 기간 지속해서 전개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캠페인에 귀 기울이고 손 위생, 건강음식 섭취, 적당한 운동 등으로 개인건강에 관심을 가진다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메르스 환자와 2~3m 거리 내에서 함께 있었다거나 직접 접촉했던 것이 아니라면, 심한 기침 또는 가래, 고열이 나는 임상 증상이 있지 않는 한 특별히 격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도 지나친 격리와 우려를 자아내는 과장된 조치는 자중해야 할 것입니다.

  모국이 참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어려운 시기를 잘 인내하면 잃은 것이 있는 반면에 얻는 것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아마도 우리 국민의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과 각별한 주의, 그리고 실천하는 습관과 능력이 향상되지 않을까요. 하루 빨리 모국이 메르스 공화국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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