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리바바 마윈(馬雲)회장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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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알리바바 마윈(馬雲)회장의 전공
  • 이병우 총경리
  • 승인 2015.05.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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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우 총경리(상양 국신광전 실업 유한공사)
  싱그러운 계절이 이제 막바지로 달려가는 듯합니다. 중국의 남방과 내륙 분지는 이미 낮 기온이 30도를 넘어 갑니다. 조금 있으면 여름 무더위가 찾아 올 겁니다. 그래도 한국은 습기가 별로 없어서 지금 5월의 날씨는 더 없이 청량하고 상쾌합니다. 이렇게 세월이 갑니다. 오늘 한국 언론에서는 “아시안 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한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단연 화제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람의 이름이 그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습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말 마(馬)에 구름 운(雲)입니다. 말은 빠르고 충실한 동물입니다. 구름은 보통 우리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푸른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더 그렇습니다. 아무튼 마윈 회장은 이름 그대로 인터넷이라는 빠른 현대 문명을 통하여 자기의 꿈을 이룬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제 생각입니다. 본인이 스스로 말 했듯이 마윈은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고, 백그라운드도 좋지 않고, 돈도 별로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유일한 경력이 있다면 첫 번째 대학에 낙방하여 간신히 지방의 무명 대학을 나왔다는 것이고,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덕분에 졸업 후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다는 겁니다. 이 사람이 지금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된 겁니다. 당연히 한국에 찾아온 그에게 언론의 주목이 갈 수 밖에 없겠지요. 만약 이 사람이 재벌 2세나, 고위 지도층의 아들이라면 이 정도로 관심을 끌거나 화제에 오르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일 개 영어 강사가 세계적인 갑부가 되었다는 사실, 더군다나 중국이라는, 아직은 인터넷 환경이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서 전자 상거래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경이로운 일입니다.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무에서 유를 기적 같이 창조한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품게 됩니다. 키가 162센티에 못생긴 우주인 같은 외모로 거대한 성공과 부를 거머쥐게 된 겁니다.

  그래서 모든 관심 있는 사람들이 그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어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 것이 가능했을까? 저 작은 체구와 보잘것없는 학벌과 무일푼에 가까운 재산으로 그 것이 가능한 일인가? 궁금한 겁니다. 어찌 궁금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전자 기술 방면에서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벤처기업가들은 이 사람의 성공이 마냥 궁금하고 부럽기도 할 겁니다. 그가 오늘 우리가 궁금했던 성공 비결에 대하여 이렇게 말을 했더군요. “고래잡이(큰 목표)가 아닌 새우 잡이(작은 목표)에 10년 이상 집중하라” “사업하기 어려운 곳에 기회가 있다. 악조건을 기회로 전환하라” “눈먼 사람이 눈먼 호랑이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사실, 마윈이 말한 성공 비결은 우리가 다른 데서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비결도 아닙니다. 어디선가 한번은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처했던 환경에서는 당연했을지도 모르는 방법입니다. 자본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고래잡이를 할 것이며, 새우를 잡아서 돈을 벌려면 고래 잡는 사람보다는 당연히 시간이 더 걸렸을 겁니다. 또한 남들이 다 덤비고 있는 곳에 어찌 큰 기회가 있겠으며, 그래서 악조건을 기회로 전환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전략이 없었을 겁니다. 굳이 액면 그대로 그의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비결이라면 비결이겠으나 특별한 비결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영어를 전공했다는 점에 흥미가 갔습니다. 미국 월가에 알리바바가 상장되던 날, 마윈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인사를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회의에서도 그는 중국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어로 연설을 했습니다. 사실 중국 사업가들의 영어 구사력은 별로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업가를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다고 해도 면접을 해 보면 실제로 말하는 능력은 형편이 없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지금 중국의 40대나 50대의 연령층에서 그나마 영어를 전공했거나 아니면 간단한 영어 회화가 되는 사람들은 그 생각하는 것이 보통 중국 사람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더란 말입니다. 열 명이건, 스무 명이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뭐라 할까, 조금은 트인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할까? 그런 겁니다. 외국과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와 사고가 많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더 개방적이고, 덜 촌스럽고, 약간은 진보적이고, 그런 겁니다. 외국 문화와 서양식 발전에도 아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주 보수 “철밥통”인 공무원인데도 영어를 전공했다는 50대 후반의 제 친구도 일반 공무원 보다는 개념과 사고방식이 다르더군요. 제 경험으로는 그렇다는 겁니다.

  물론, 마윈이라는 사람의 성공에는 많은 원인과 비결이 있을 겁니다. 거저 된 성공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마윈의 전공이 영어라는 대목에서 그의 개방적인 사고와 인터넷이라는 서양의 문물을 대하는 그의 선입견이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달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온통 영어로 된 컴퓨터 용어와 설명서도 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외국의 인터넷 상거래 시장에 관한 영문 보고서와 서양 사람들의 쇼핑 패턴에 관한 책과 자료도 쉽게 읽고 이해가 가능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단순히 전자공학이나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이었다면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물건과 기술을 보고 틈새시장을 개발하여 과감하게 그러나 끈질기게 확신을 갖고” 그 사업에 매진하기 보다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에 쉽게 접근이 가능한 일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는 거 아닌가요?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축구공을 주면서 밖에 나가서 공을 차라고 하면 그 사람이 축구라는 운동에 쉽게 접근이 되겠습니까?

  저는 오늘 수많은 전자공학도와 컴퓨터를 전공한 기업가들이 영어 강사 출신의 마윈이라는 사람의 성공 비결을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전공이 영어라는 점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삼성전자와 기타 유수한 전자 기업의 과거와 현재의 전문 경영인과 임원들의 전공이 거의 전자(기계)공학이라는 사실도 생각이 났습니다. “인문학으로 창조하라”는 지난번에 읽어 본 책의 제목과 내용도 생각이 나더군요. 고래잡이나 새우 잡이나 단순히 기술만 있다고 많이 잡는 것은 아닐 겁니다. 창조는 개발과는 조금 더 다른 의미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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