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중국동포의 국적문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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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중국동포의 국적문제 …③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5.05.1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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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지난 기사에 이어서 계속)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이 중국동포들의 청구를 각하했으나 조대현 헌법재판관 한 명은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동 반대의견은 청구인이 주장한 입법부작위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중국동포업무처리지침은 재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목할 만한 의견이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다소 길더라도 반대의견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우리 국적법은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중동포들은 일제의 수탈을 피해, 또는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또는 일제의 만주이주정책에 의해 조국을 떠나 중국에 정착한 뒤, 중국 공산당 정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중국 국민으로 인정된 것이고, 광복 후 분단과 한국전쟁,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장기간 왕래나 연락이 두절되고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현지 주민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 국적을 수용하고 장기간 생활해 왔다든지, 광복 후에 조국으로 귀국하지 않았다든지, 중국 여권을 소지하고 대한민국을 방문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내세워 그들이 자진하여 중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1948년 7월17일부터 1949년 9월30일 사이에 제헌 헌법과 임시조례,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재중동포(즉 1949월 9월30일 이전 출생자, 이하 ‘재중동포 1세대’라 한다)의 경우는 출생에 의해 이중국적자가 된 것도 아니고 국적법시행령 제16조에서 정하는 사유로 이중국적자가 된 것도 아니어서 국적법상 국적선택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국적선택을 하지 아니했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중동포 1세대의 경우는 여전히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이다. 그러나 재중동포 1세대의 자녀들(1949년 10월 1일 이후 출생자, 이하 ‘재중동포 2세대’라 한다)은 출생에 의해 대한민국의 국적과 중국의 국적을 아울러 취득한 이중국적자로서 국적법상 국적선택의무가 있으므로, 국적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과 중국 중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했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재중동포 1ㆍ2세대의 국적은 그 혈통(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하였는지 여부 등), 그 출생 시기와 국적선택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중국 국적자’ 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는 자’로 나뉠 수 있다. 따라서 재중동포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점을 살펴서 대한민국의 국적의 취득ㆍ보유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를 그 출생 시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중국 국적자’로 취급해 왔고, 중국동포업무처리지침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지침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중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중국인으로서 취급받게 됐고, 재외국민이 아니라 재외동포로 취급되어 국내체류기간의 제한을 받았고, 국내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국적회복신청까지 거부됐다. 중국동포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까지도 재외국민이 아니라 재외동포로 취급하는 점에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침은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기본권을 송두리째 침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그러한 기본권 침해를 다수인에게 계속적ㆍ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지침이 법무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다 하여 방치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이 2005년 6월17일 폐지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침의 바탕이 된 정부의 기본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그 지침이 폐지되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중동포의 기본권을 침해한 이상, 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미 폐지된 업무처리지침을 취소할 법률상 이익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지침으로 인해 과거에 기본권이 침해됐던 사실은 분명히 밝혀 주어야 한다. 더구나 재중동포를 모두 재외동포로 보는 정부의 기본방침이 변하지 않은 이상 그들 중 재외국민이라고 보아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동포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를 출생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중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로 취급함으로서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했음을 분명하게 선언해야 한다. 그리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들을 무조건 중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는지 여부와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정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우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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