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칼럼]통일대박과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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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대 칼럼]통일대박과 신데렐라
  • 신성대 동문선 대표
  • 승인 2015.03.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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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라시, 땅콩 리턴, 갑질, 꼬리를 무는 성추행. 특별한 국가적 난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세월호 침몰 이후 도무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름시름 비틀대는 한국 사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자성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달리 뾰쪽한 대안도 없어 답답함만 더해가고 있다.

  '신데렐라'란 영화가 곧 개봉된다고 한다. 너무 빤한 얘기지만 평범한 소시민들에겐 그런 일말의 운명적인 기대감이라도 가질 수 있어야 팍팍한 현실에 위안이 되겠다. 마치 아직 당첨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로또 쪽지 한 장을 소중하게 지니고 다니는 것처럼. 한데 신데렐라가 우연히 유리 구두에 발이 꼭 맞았다는 이유 하나로 왕자님을 만나는 행운을 거머쥐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 행운이 과연 신데렐라의 차지가 될까? 착하고 예쁘니까 당연하지? 천만에 말씀이다. 

  신데렐라는 왕자를 만난 파티에서 4시간 동안 춤을 추었다. 만약 신데렐라가 춤을 출 줄 몰랐다면 어찌 되었을까? 게다가 대화도 않고 입 다물고 춤만 추었을까? 교양과 매너가 없었다면 결코 왕자님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을 것이다. '신데렐라'의 교훈은 준비된 자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다.

  가끔 언론에 복권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은 사람들의 후일담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그로 인해 패가망신하거나 오히려 불행해졌다고 한다. 준비 안 된 자에게 떨어진 행운은 자칫 재앙일 수 있고, 품격 없는 이에게 주어진 풍족함과 여유로움은 타락으로 가는 미끄럼틀이 되고 있음이겠다. 코리아가 개인국민소득 2만 불 후반에서 이렇게 무너지는 것도 그 정도의 풍요로움을 감당할 수 있는 품격을 갖추지 못한 때문이겠다.

  한국인들은 걸핏 하면 사대주의 피식민주의 근성을 극복하자면서 막상 행동은 오히려 더 종속(종복)적일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통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처신이 그렇다. 통일대박! 차마 국가 최고지도자가 입에 담기에 민망한 천민자본주의적, 다시 말해 졸부(卒富)적 표현이지만 과연 통일이 되면 우리 모두 ‘대박’이 날까? 그런데 우리는 습관적으로 ‘통일이 되면 …’을 입에 담는다.

  우린 스스로의 힘으로 봉건 왕조를 혁파하고 새 시대를 맞지 못했다. 해방 역시 우리 힘으로 맞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여 통일 역시 외세가 시켜줄 것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은연 중 수긍하는 면이 있다. 분단시킨 강대국들이 책임지라는 것이겠다. 그러고도 자주독립, 주체성을 외치니 이런 난센스도 다시없다. ‘통일이 되면 …!’은 기실 스스로 통일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의 무의식적 표현! 4강국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 어떻게? 북한이 저절로 무너져준다면 혹? 자신이 없으면 핑계대고 남 탓 하게 마련. 그런 게 주인장마인드가 아닌 하인근성이다.

  통일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해야‘하는’것이 아닌가? ‘소원’이 아니라 ‘소명’이자 ‘사명’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매불망 기다려서 ‘오는’ 통일이 과연 대박일까? 그 무엇보다도 ‘오는’ 것이든 ‘하는’ 것이든 과연 우리가 통일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한민족이기 이전에 인간존엄성과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식에 기반하여 북한인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며 가진 것의 절반을 뚝 떼어내어 나눌 각오를 지녔는가 하는 말이다.  

  3월은 전 세계가 축제로 들썩인다. 축제에 다 함께 참여해 묵은 때, 묵은 갈등을 털어 버리고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자! 봄맞이를 통해 공동체 정신을 기르고자 함이다. 한데 이 나라 광장엔 축제는 없고 시위, 농성, 데모만 있다. 축제가 없는 민족이 단합될 리 없을 터. 그러니 끊임없이 편 가르기를 하면서 입으로만 ‘화합’을 외칠 수밖에.

▲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및 ㈔전통무예십팔기보존회장
  축제란 인류 공통의 공동체의 화합 매너다. 양방향 소통 매너를 모르면 집안에서는 금가고 깨진 쪽박, 신세 한탄 단체적 푸념이 떠나지 않고 집 밖에서도 글로벌 왕따. ‘세계화’ ‘세계 경영’ ‘세계 지배’는 말로 되는 것 아니다. 게다가 축제만 봐도 그 공동체의 창의성이 다 드러난다. 변변한 축제 하나 없는 나라가 외치는 ‘창조경제’ ‘통일대박’이 허망하게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초부터 시위, 농성, 그리고 테러다. 해서 봄을 맞는 한국인들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우울한 날들을 참고 견디지만’ 기쁨의 날을 좀처럼 맞지 못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우리는 어떤 축제를 벌일 것인가? 준비 안 된 ‘통일대박’은 필시 재앙일 것이다. 곧 다시 쪼개질 것이니 말이다. 아무렴 궁하면 트인다고 했다. 그런 걸 우리는 창조적 역량이라 한다.

  ‘안으로 자주 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세 끼 밥 먹기도 힘든 시절에 다짐했던 우리의 각오다. 주인장 마인드, 주인장 매너, 주인장 품격 없이는 자주 독립도,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고 싶어도 못한다. 하인에겐 결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통일대박’도 없다. ‘쪽박’ 안차면 다행이다.

  영화 <신데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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