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퍼밋 강화에 벌금 폭탄까지…캄보디아 동포사회 어쩌나?
상태바
워크 퍼밋 강화에 벌금 폭탄까지…캄보디아 동포사회 어쩌나?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5.01.22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장 준비해야 하는 서류조차 몰라 우왕좌왕
  대사관 측, 교민간담회 개최 의사 밝혀…
 
  올해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출범을 앞두고 최근 캄보디아 동포사회가 을미년 새해 벽두부터 때 아닌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갑자기 캄보디아 정부가 들고 나온 워크 퍼밋(Work Permit) 문제 때문이다. (본지 1월8일자 [캄보디아 워크 퍼밋 본격 시행..동포사회 큰 혼란] 보도 참조) 
 
  재외동포 6000여 명이 거주하는 캄보디아는 그동안 이웃나라인 태국, 베트남에 비해 관련된 규정이 허술해 ‘워크 퍼밋’이라고 불리는 근로허가서류 없이도 노동과 거주가 자유로운 편이었다. 굳이 사업이나 투자 관련 서류를 첨부하지 않더라도 매년 미화 285달러 정도의 비자피(fee) 포함 급행료를 지불하면 누구나 합법적 체류가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워크 퍼밋을 받지 않아 적발될 경우 벌금은 물론이고 징역형까지도 불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교민사회 전체가 몹시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올해 3월말부터 워크 퍼밋 미소지자에 대한 본격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으로 아직까지는 일종의 유예기간인 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던 교민들이 워크 퍼밋을 신청하기 위해 서두르는 분위기다. 대사관 측이 이미 여러 차례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서류부터 준비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교민들도 아직까지 상당수다. 내용을 읽어보고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교민도 많다.
 
  대사관과 한인회에 문의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는 교민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워크 퍼밋 신청 시 관련 수수료조차 캄보디아 정부가 명확히 금액과 기준을 밝히지 않아 대사관조차 대략 100달러 이내 수수료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궁색한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 지금으로선 교민들이 각자 알아서 몸으로 직접 부딪쳐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교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캄보디아 정부가 시행하는 워크 퍼밋 제도 자체보다는 과도한 ‘벌금폭탄’ 때문이란 지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캄보디아 노동부는 지난 1997년에 만들어진 규정을 내세워 여권에 찍힌 최초 입국일을 기준으로 이를 소급적용해 1년 기준 미화 100달러를 벌금을 별도로 받겠다고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규정대로라면 그동안 10년을 살았다고 가정했을 때 벌금만 1000달러를 내야 한다. 게다가 그 외 서류비용과 건강진단서 등 구비서류를 준비하는데 대략 100달러 내외 추가 수수료가 들어간다.
 
  교민들은 이 나라 정부의 정책인 만큼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낡은 법규정을 들고 나와 소급적용을 통해 벌금 폭탄을 부과하는 것은 해도 너무한 처사라고 항변하고 있다.
 
  부정부패가 심한 현지 공무원들이 그냥 단지 돈을 뜯기 위한 그럴듯한 명분을 찾아낸 것일 뿐이란 냉소적 반응도 적지 않다. 참고로 캄보디아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작년 발표한 부정부패지수에서 조사국 175개국중 156위 최하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워크 퍼밋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해서 대체로 교민사회의 불만은 적은 편이다. 당장은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필요하다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그동안 동남아가 비교적 출입이나 거주가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의 도피은닉장소로 이용되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국의 유명 조직폭력배들이 캄보디아까지 진출하려 든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터라 교민사회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명 ‘벌금폭탄’이 현실화되자 중국인 상당수는 본국으로 돌아가 여권을 새로 만들어와 소급적용에 따른 벌금을 피하는 편법적 사례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아직 외국인들 입출국과 관련된 전산망이 제대로 갖추지 있지 않아 현재로써는 여권에 붙은 비자와 입국날짜를 통해서만 거주기간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문제와 별개로 워크 퍼밋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인 고용주 1인 기준 10명 이상의 현지인을 고용해야만 1명의 한국인을 추가 고용할 수 있는 규정이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이 규정대로라면 한국인 사업주가 3명 정도의 한국인 직원을 채용할 경우 최소 30명의 현지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현지인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계산이 깔린 것인 확실하다. 이에 대해 교민들은 ‘현실을 너무나 무시한 조치’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편, 현재 워크 퍼밋을 받지 않아도 되는 대상은 선교사 등 NGO에 가입된 경우에 한한다.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해 B비자를 받으면 된다. 그렇기에 기존 약 700여 명에 달하는 한인 선교사들은 겉으론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속사정을 알고 보면 현실과 전혀 다르다.
 
  전 캄보디아선교사협회 회장인 김한주 목사는 “전체 한인선교사중 NGO로 등록된 선교사 수는 전체 1/5 수준이다. 나머지 선교사들은 일반상용비자(E-VISA)로 체류해온 경우가 많다. 현재 워크 퍼밋이 이미 시행된 태국선교사들의 조언을 구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종교부과 접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놈펜 주재 중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 외교공관들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큰 프랑스대사관조차 우리 대사관에 조언을 구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그러나 캄보디아 노동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미 관련법이 만들어진 지 오래되었으며, 그동안 계도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벌금의 소급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사관 측과 인터뷰를 통해 대응방안이 있는지 물었다.
 
  “캄보디아 정부 측 입장이 워낙 확고해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태다. 다른 주요국 외교공관들도 별다른 대응책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 다만 교민사회의 혼란을 막고 관련 정보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내달 초쯤 노동부 관계자를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밝혔다.

  프놈펜=박정연 재외기자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