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의 필요성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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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영주권 전치주의 도입의 필요성 …①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5.01.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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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대한민국에 있는 외국인들은 저마다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치료, 소송 수행 등의 사유로 체류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부여하는 기타 체류자격(G1)이 있다. 그런데 국적법상 거주기간 요건을 이러한 G1 체류자격으로 충족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G1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른 체류자격으로 체류하다가 치료, 소송 수행 등의 사유로 체류자격이 G1으로 바뀌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도 국적법상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가 있을까? 국적법에는 거주기간을 체류자격과 연계하여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원래 G1 체류자격은 치료, 소송 수행 등의 편의를 위하여 인도주의적인 견지에서 체류를 허용하는 것이며 그 사유가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G1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거주기간을 충족한 경우에 대한민국 국민이 되겠다고 한다면 G1 체류자격의 부여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

  국적과장으로 근무하던 필자는 고심 끝에 국적불허결정을 내렸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으로 체류하다가 공사현장에서 산업재해를 입어 G1 체류자격으로 변경된 후 거주기간을 충족하였다면서 국적신청을 한 사례였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한번 받아보고자 하는 심산도 있었다. 소송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급심 판결은 나뉘었다. 일부 재판부는 G1 체류자격으로는 국적법상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법무부가 불허 처분한 취지를 그대로 인용하여 주었으나, 일부 재판부는 ‘국적법에서 주소를 가진 기간을 계산함에 있어서는 특정한 종류의 체류자격을 부여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국내법에 의해 적법하게 체류할 자격을 부여받기만 하면 어떠한 종류의 체류자격이든 상관없이 그 기간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함으로써 G1 체류자격으로도 국적법상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나뉜 하급심 판결은 2009년경 언론에도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최종심인 대법원이 판단이 주목받게 되었다.
 
  2010년 7월 15일 대법원은 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렸다. 첫째, 귀화신청인이 국내거주요건을 갖추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출입국관리법에 정한 외국인의 체류자격에 따라 그 기간의 산정을 달리할 것은 아니다. 즉, G1 체류자격으로 거주한 기간도 국적법상 귀화의 국내거주기간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법무부장관은 이런 외국인에 대하여 귀화허가를 해 주어야만 하는가? 대법원은 위의 판단에 덧붙여 이렇게 판단하였다. 국적은 국민의 자격을 결정짓는 것이고, 이를 취득한 사람은 국가의 주권자가 되는 동시에 국가의 속인적 통치권의 대상이 되므로, 귀화허가는 외국인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함으로써 국민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포괄적으로 설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한편 국적법 등 관계 법령 어디에도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하였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다. 이와 같은 귀화허가의 근거 규정의 형식과 문언, 귀화허가의 내용과 특성 등을 고려해 보면, 법무부장관은 귀화신청인이 법률이 정하는 귀화요건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귀화 허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가진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국적법상 형식적인 귀화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에게는 귀화허가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G1 체류자격으로 체류한 기간도 거주기간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결론적으로는 G1 체류자격에 근거한 귀화신청을 법무부장관이 불허한 취지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적제도는 1948년 12월 20일 제정된 이래 지금 현재까지 거주요건을 체류자격과 연계하고 있지 않다. 이는 많은 국가들이 영주권과 같은 장기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다음에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외부로부터의 이주자가 거의 없던 시대에 만들어진 국적제도가 귀화자가 10만 명을 넘은 현재 시점에서도 여전히 적합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외국인이 최근에 급격하게 국민으로 되는 상황에서 외국처럼 장기 체류자격을 거친 다음에 국민으로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적제도의 정책환경이 급변하는 것에 발맞추어 체류외국인 150만, 귀화자 10만 명 시대에 걸맞은 국적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외국인이 입국하여 단기 체류하다가 좀 더 머무르게 되어 장기체류하고, 그다음에 진정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될 때 국적취득을 하는 제도인 영주권전치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국적까지 원하지 않는 장기체류 외국인에게는 영주자격을 활성화하여 외국인으로 체류하는 데 큰 불편이 없도록 할 필요도 있겠다. 대한민국 국민이 된다는 것이 뭔가 좀 특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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