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좋은 전통 계속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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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좋은 전통 계속 이어지길”
  • 계정훈 재외기자
  • 승인 2014.10.3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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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치는 주아르헨티나 한병길 대사

▲ 한병길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다음 달 귀국하는 한병길 주아르헨티나 대사가 임기를 마치는 소감 및 그동안 느낀 점과 공직생활 전반에 대해 지난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한 대사와의 일문일답
 
201233일에 부임해 28개월 동안 대사로 재직하신 소감은? 한 대사에게 아르헨티나는 어떤 나라인가?
 
- 무사히 임기를 마치게 돼 기쁘고 그동안 도와주신 동포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대사관 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만족스럽게 떠난다.
 
아르헨티나는 아주 복잡하고도 다이내믹한 나라이기 때문에 몇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아르헨티나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독특한 정치적 구조를 가진 나라이며, 이곳처럼 모든 자연경관을 가진 나라도 지구상에 드물다. 35년 외교관 생활을 여기에서 마치게 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임기를 마쳐도 아르헨티나가 잘 되도록 마음속으로 빌겠다.
 
35년 공직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간과 근무지는?
 
- 19804월 뉴욕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처음 10년간은 어려웠고, 중반에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여건이 좋은 나라에서 근무했다. 어떤 것이 기억에 남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어디에 가든 최선을 다해 보려 했고 상황이 좋았거나 업적을 남긴 나라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양국관계의 해결책이 없으니까 안타까운 점도 있지만 임기동안 대사관 개보수도하고 직원들을 재정립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은 만들어 놨다는 생각이다.
 
아르헨티나가 외교관에게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사로서 주재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리고 보람은?
 
- 한마디로 예상하기가 어렵다. 평상적으로 주재국에 부임해 6개월 정도 지나면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고, 그 윤곽에 따라 앞으로 뭘 해야 하겠다는 게 드러나는데 아르헨티나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창의력이 있는 나라다. 1년 반 지나니까 감을 잡았다.
 
아르헨티나가 어려운 환경이지만 지방을 돌며 많은 감명을 받은 것이 풍부한 자원, 그리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주지사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우리의 발전경험을 전수했다.
 
아르헨티나가 한참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대사로 근무하셨는데, 아르헨티나 경제가 잘 풀릴 것으로 보시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르헨티나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관련, 과거의 디폴트와 지금의 기술적 디폴트에 관해 과거의 역사가 10년 주기로 반복된다고 말들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다르고 국민적인 의식도 많이 변했다. 교황 같은 국제적인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나오고 국민 나름대로 자각이 있어 보인다. 잘 풀린다는 것보다는 2001년 같은 디폴트는 안 올 것으로 보인다.
 
대사관과 한인회 또는 한인사회의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인데, 어떤 관계가 적절하다고 보시고, 또 어떤 마음으로 한인사회를 대해 보셨는지?
 
- 한마디로 얘기해 중용의 길을 추구해 왔다고 보며 공정성, 투명성을 기본으로 대해왔다. 워싱턴 통영사 시절 많은 걸 보고 느꼈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모범적이고 단결력이 강하다. 그 예로 작년 한인회장 선거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 후, 화해를 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는 모습이 좋다. 50년 전부터 이민해서 터전을 잘 잡고 사는 한인들에게 어려움이 없도록 돕는 게 대사관의 중요 임무라고 생각해 왔다.
 
28개월 동안 한인사회와 유대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지? 또 보람 있는 일이 있었는지?
 
- 이 나라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이 희소해서 상사와의 시너지효과가 결여된 점이 안타깝고 불씨를 살려보려 했지만 괘도에 올려놓지 못해 아쉽다. 후임자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한인사회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지만 영주권 문제를 한인회와 잘 협조해서 한인들이 영주권 혜택을 갖게 된 게 보람된 일이라고 본다. 아르헨티나 한인사회는 어디다 내 놔도 뒤처지지 않는 모범적인 사회다. 한인사회가 이질감 없이 공유하면서 동고동락하는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대사로 양국 교류협력에 특별히 중점을 두었던 점이 있다면?
 
- 나는 직원들에게 주재국을 사랑하라는 휘어를 붙여 놓으라고 했다. 적응하기 어려우니까 비판을 한다면 외교관과 공직자로서 안 되는 자세다. 아르헨티나의 세 가지 큰 축은 우리를 일괄적으로 지지해온 나라이고, 큰 나라인데도 북한과 수교를 안 한 유일한 나라이며, 1965년 한국이 어려운 시기에 이민을 개방한 나라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국제무대에서 공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우방이다.
 
영사제도를 강화하고 정기적인 순회영사업무로 한인사회에 상당한 편의를 주었는데, 계기가 있는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과거 워싱턴에서 총영사를 지냈는데 총영사를 잘 마친 게 유엔사무총장으로 가게 된 큰 힘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반 총장은 내가 처음 총영사 임기를 시작했을 때 많은 것을 가르쳐줘서 워싱턴에 많은 기록도 있고 폭 넓은 교류도 있다. 장기간 영사생활에 교민들을 위한 편리가 무엇인지 알았고 순회영사업무가 동포사회 맞춤형으로 정착돼 기쁘다. 직원들이 애썼고 동포들의 협조에 감사한다.
 
아르헨티나에서 특별히 기억에 나는 사람은? 현지인 한인 구분 없이.
 
- 정계, 학계, 도지사, 상하의원, 대학총장 등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한인들이 부지런하고 우수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국회의원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UBA) 법대에서 한국 학생들로부터 새벽 6시에서 7시까지 공부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우수한 한인들이 여기서 잘 자리 잡으면 뿌리가 내리고 23세에는 걸출한 인물이 나올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한인사회에 대한 당부는?
 
- 당부보다는 감사드리고 싶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사관을 사랑하고 호응해주신 덕에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거듭 감사드린다. 교민사회가 안정돼 터를 잘 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좋은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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