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병역기피 국적상실자의 국적회복 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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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병역기피 국적상실자의 국적회복 불허
  • 차규근 변호사
  • 승인 2014.10.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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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근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2007년, 당시 국적과장으로 근무하던 필자는 한국계 미국인 A씨의 국적회복 허가신청에 대하여 병역기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불허한 적이 있다. ‘병역기피 목적 국적상실자’에 대한 최초의 국적회복 불허사례였던 만큼 필자로서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처리한 사건이었는데, 어떤 사건이었는지 지면을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A씨는 1960년대 중반 서울에서 출생한 후 줄곧 국내에서 성장하였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1980년대 중반 어머니와 함께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여 국외로 이주하였다. 당시 병역법령에 의하여 징병검사는 연기되었다. 1990년 미국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A씨는 그 다음해인 1991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 그리고는 6일만에 국내로 귀국하여 계속 살다가 14년만인 2005년도에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한 것이었다. 병역부과 연령이 넘은 나이였다.

필자는 A씨의 출입국기록을 분석하였다. 미국 시민권 취득이 본인의 주장처럼 미국에서 영구히 체류할 목적이었는지, 아니면 병역기피를 위하여 국적을 세탁할 목적이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분석을 한 이유는 국적법 제9조에서 병역기피 목적 국적상실자 등은 국적회복을 불허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국적법 제9(국적회복에 의한 국적취득)

 
법무부장관은 국적회복허가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심사한 후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서는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아니한다.
1. 국가 또는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2.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
3.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4.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

그런데, A씨는 미국시민권을 취득한 직후에 국내에 입국한 이후 국적 회복을 신청한 2005년 말까지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국내에서 거주하면서 살아온 것이 확인되었다. 다음은 A씨의 체류내역표이다.

년 도

국내 체류 기간
1991.3. ~1991.12.
279
1992
365
1993
362
1994
365
1995
345
1996
357
1997
340
1998
359
1999
363
2000
358
2001
357
2002
361
2003
356
2004
365
2005
361

만일에, 본인의 주장처럼 미국 시민권 취득이 미국에서 계속 살기 위한 것이었다면 위와 같은 출입국기록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국내에 입국하여 머무르는 것은 몰라도, 미국 시민권 취득 직후 귀국하여서는 14년 동안 매년 355일 정도를 국내에 계속 머물렀다는 것은 병역기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는 것 이외에는 달리 이해할 여지가 없었다. 특히, 체류기간이 장기인 재외동포 체류자격이 신설되기 전에는 단기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가까운 나라에 가서 기간을 갱신받고 돌아오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자칫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처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필자는 본인에게 소명기회도 부여하고 많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A씨에 대하여 국적회복 불허처분을 하였다.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하였던 자의 국적회복신청을 불허한 첫 사례였기 때문에 보도자료도 배포하였다. 이와 관련, A씨는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를 밟지 않았는데, 지금 현재도 국내에서 외국인으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민국 국적은 A씨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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