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년만의 휴가에서 만난 자랑스런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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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년만의 휴가에서 만난 자랑스런 한국인
  • 김응수(대령/나이로비 세종학당)
  • 승인 2014.09.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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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은 케냐에 온 지 꼭 6년이 되는 날이다. 60이 훌쩍 넘어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후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이곳 케냐에 무작정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물도 부족하고 전기도 들락 달락 하고 모기도 많은데다가 여기저기서 떼강도들이 날뛰고 있는 등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그냥 한 달 정도만 있다가 돌아가야지 했는데 벌써 6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하면 여기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 케냐에 와서 맨 처음 시작한 봉사활동은 독일수녀원 안에 있는 조그마한 병원에서 나이로비 외곽의 빈민촌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순회진료활동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나이로비 시 중심에서 불과 10km 정도 떨어져 있는 마을들인데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마을들이 존재하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날 정도로 정말 비참했다. 꼭 내가 어렸을 때 배고팠던 시절과 너무너무 비슷해서 가슴이 울컥하기도 하였다.

다 떨어진 운동화를 가지런히 벗어놓고 비닐봉지로 만든 공을 차고 노는 아이들, 전깃불도 없고 수돗물도 없는 곳에서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해맑기만 해서 이 아이들을 위하여 장학사업(고교생 30명)을 시작하였고 이어서 한국어 교실을 오픈하여 무료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면서 영특한 학생들을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유학을 보내게 되었다.

6년이 되는 금년까지 모두 26명이 100% 장학혜택을 받고 한국의 대학교와 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고 31명이 1년 과정의 직업 기술원에 가서 첨단 산업기술을 익히고 오게 하였다.

이런 일 저런 일 한답시고 휴가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해서 내조자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이 되어 금년에는 큰 맘 먹고 학생들의 방학기간을 활용하여 1주일간의 장기간 휴가를 가게 되었다.

첫 휴가지는 23년 전에 이곳 케냐에 와서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사업을 잘하여 성공한 최영문 사장이 현재 매머드 종합 휴양시설 건립을 추진 중인 대규모 농장을 가 보기로 하였다. 나이로비를 출발하여 1시간 50분 정도가 지나자 2,300m 높이의 키피피리이라는 산자락에 다다르자 도로가에 설치한 울타리 길이만도 8km가 넘는 거대한 농장에 도착하였다.

경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잔디로 된 비행장이 보였고 누군가가 임대하여 수백 동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유럽 수출용 카네이션을 비롯한 각종 꽃을 재배하고 있었으며, 다른 수십 동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최영문 사장이 직접 딸기와 배추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너무 방대해서 우리로 하여금 입을 다물 수 없게 하였다. 특히 딸기 맛은 우리 고향 충청도 양촌의 딸기보다도 더욱 당도가 높아서 이를 개발한 최 사장의 노력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총면적이 숲이 울창한 뒷산을 포함해서 모두 1,500에이커 그러니까 180만 평 정도 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광활한 천혜의 휴양지에 1단계로 골프하우스에서 한눈에 경기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도록 나비 날개 모양의 골프장(18홀)과 고급호텔을 건설하고 고급별장 200채를 건축하며, 숲이 울창한 뒷산에는 2시간과 4시간 코스의 보도 등산로와 오토사이클 경주로를 각각 건설하는 등의 종합 휴양시설 건설 계획은 더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전망이 가장 좋은 위치에 소설에 나오는 97년이나 된 오래된 주택이 있는데 그 주택 주위로 가꾸어진 정원수가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하였다. 개발이 완료되는 2018년 말에는 케냐 나이로비 인근에서 가장 훌륭한 종합휴양지가 될 것으로 믿어지며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였고 이를 개발하는 최영문 사장이야말로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임이 틀림없었다.

▲ 무성하게 자란 배추

▲ 물이 귀한 케냐에서 항상 깨끗한 물이 좔좔 흐르는 등산로

▲ 영국인이 살던 97년 된 집. 소설의 주인공이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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