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해주 한인 이주 150주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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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연해주 한인 이주 150주년에 부쳐
  • 이윤기(전 (사)해외한민족연구소 소장)
  • 승인 2014.09.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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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전 (사)해외한민족연구소 소장)
연해주는 고대로부터 근·현대에 걸쳐 한민족과는 특별한 연고관계를 지니고 있다. 고대에는 발해의 강역이었고 근∙현대에 와서는 이주한인들의 생활터전이었으며, 선열들의 항일 독립투쟁의 활동무대였다. 연해주가 러시아 영토가 된 것은 불과 15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발해 멸망 후 중국 지배하에 있었는데 1860년 청∙러 간의 북경조양에 의하여 러시아 영토가 되었다.

연해주는 러시아 영토가 될 때까지 미개척지였다. 거기에는 여러 종족의 거주민이 있었는데 그 수는 불과 1만 2천여 명 정도였으며, 그들은 수렵과 어로, 순록사육 등의 생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한인이 연해주에 거주한 것은 한국 문헌에는 1863년으로 되어있다. 함경북도 북단의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 포시에트 지역의 땅을 개척하여 정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측 공문서에는 1864년으로 되어 있어 금년이 150주년이 되는 셈이다. 초기 한인 이주민들은 러시아의 눈치를 살피며 현지 개척에도 많은 곤경을 겪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한편 조선 조정의 감시도 피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본국에서는 이주민에게 월강죄(越江罪)를 적용해서 이주를 막으려고 했다. 함경북도 북단의 척박한 땅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강 건너 기름진 땅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장려는 못해줄 망정 눈이나 감아줄 일이지 그들에게 월강죄를 적용하여 다스렸으니 당시 조선 대신들의 안목이 없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주민들은 강 건너 기름진 땅을 눈앞에 두고 월강죄가 무서워 주저할 수는 없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수가 늘어나고 경제∙사회적인 기반을 닦아 선열들의 항일 독립투쟁의 활동 무대가 되었고 국권 상실 후 해외망명정부가 제일 먼저 세워진 곳이 바로 연해주 우수리스크 시였다.

그 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로 흩어졌지만 7~8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연해주는 21세기 한민족의 진로 개척에 있어 새로운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연해주는 지정학적 또는 지경학적 국제 위상이 대단히 높다. 이곳은 앞으로 한민족에게는 사활이 걸린 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중국에 연육(連陸)되어 있어 수세기 동안 사대조공국(事大朝貢國)의 처지에 놓여 있었고 동북아에 국제정치의 소용돌이가 일면 그 격랑에 휩쓸려 자국의 운명을 자의대로 결정짓지 못하고 열강들의 흥정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지정학 운명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는 지금껏 옥죄어오던 지정학적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위해서 새로운 생활공간을 개척해야 한다. 종래의 전통적 국경관과 영토관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좁은 한반도 공간을 넘어서 이웃과 더불어 공생할 월경적 협력(Transborder cooperation)체제를 모색해야 한다. 그 대상지역은 바로 연해주가 최적지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연고성과 지리적 근접성과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실상 비어있는 大地로서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러시아 당국은 일본과 중국의 연해주 진출은 경계하는 반면 한국의 진출은 내심으로 바라고 있다.

인간은 공간을 경영하는 존재로서 이주의 본성(本性)을 지니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잘 고찰해 보면 끊임없이 이주하면서 새로운 생활공간을 경영해 왔다. 1620년대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의 험한 파고를 넘어 미국 신대륙에 이주하여 새 생활 공간을 개척한 일이나 1860년대 조선족이 두만강을 건너 간도와 연해주로 이주하여 신천지를 개척한 일 등은 좋은 사례들이다.

이미 우리는 연해주로의 새로운 이주가 시작되었다. 연해주에 진출한 영농업자들이 보유한 총합 농경지는 전라북도만한 땅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와 더불어 개발하고 공동의 번영을 누리게 되면 미∙일 간의 하와이 같은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하와이는 형식적으로 미국의 주권이 미치고 있지만 실제 있어서는 일부 영토화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양국 간에는 하등 마찰이나 갈등이 야기 되지 않는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한 바와 같이 앞으로 인류문화사의 변천 추세는 다민족사회, 복합문화시대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역사창조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우리의 진취적 안목과 과단성 있는 추진은 연해주를 우리의 새로운 생활공간으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는 감회는 대단히 크다 할 것이다. 여기에 詩 한 수를 부친다.

<숨 결>

황금빛 들녘에 풍년가 소리 높고
창연한 성곽엔 말발굽 소리 울려
해동성국(海東盛國) 창건한 선령의 기상
역사의 숨결 귓전에 울린다
아해야 일러라 여기가 어디메뇨
오- 천년 고토 발해의 숨결이여.

燕軒 李潤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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