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한국 알릴까…민간 외교관의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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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한국 알릴까…민간 외교관의 행복한 고민"
  • 이지은 기자
  • 승인 2014.09.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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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벅스카운티 한국학교 오정선미 교장

▲ 오정선미 벅스카운티 한국학교 교장은 지난 24년 간 한국학교 교사로 활동해 왔다. 오 교장은 단순히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쳐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벅스카운티 한국학교’ 오정선미(50) 교장을 만났다. 1990년부터 한국학교 교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2010년 교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임시교사, 보조교사, 교무, 교감을 지내며 3세부터 외국인 성인반까지 초급ㆍ중급ㆍ고급반을 모두 가르쳤다. 현재 주말은 한국학교에서 주중에는 드렉셀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89년에 유학을 갔어요. 미국에 먼저 가 있던 남편이 한글학교 교사를 시작했죠. 그런데 박사 논문을 쓰느라 바쁘고 아주 어린 학생을 맡아서 저보고 대신 가서 가르쳐줄 수 있느냐고 했죠. 제가 가서 했죠. 반은 남편이 맡았지만 제가 가서 가르친 건데 정말 적성에 맞는 거예요. 갔다 오면 아이들 생각만 났어요. 덴톤에서 달라스까지 가는데 한 시간 오는데 한 시간인데 그 시간에도 애들 생각만 나고 집에만 오면 일주일 내내 아이들만 생각했죠. 두부를 썰다가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 생각나면 바로 적어요. 그럼 신랑이 또 생각이 났어? 하고 묻죠. 밥 먹다가도 계속 그 생각만 하는 거죠. 그 당시에는 오로지 거기에 집중했던 거 같아요.”

남편 대신 수업을 맡게 된 후, 오 교장은 자연스럽게 교사 생활에 빠져들었고 열정을 불태웠다. 12월 말에 낳은 아들을 떼어 놓고 2월부터 시작되는 학기 준비를 위해 부기도 안 빠진 퉁퉁 부은 얼굴로 일하러 나가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즐거움과 기쁨 속에서 벌써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영문학을 전공한 오 교장은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외교관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짜 외교관은 아니지만, 한국학교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에게 민간 외교관이 된 것이다.

“저는 한국어는 물론이고 문화와 역사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한 학기 동안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한, 두 학기가 지나면 언어는 잊어버릴 수 있지만, 한국 노래, 드라마 등 관심 분야를 연결해주면 흥미가 지속되고 한국어도 잘하게 됩니다. 드렉셀대학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학기로 미국에서도 조금 특별합니다. 1년에 4번 수업 마지막 날은 꼭 한국 음식을 준비해갑니다. 비빔밥 재료 50인분을 준비해서 학생들과 만들어 먹죠. 이번 학기는 김밥 재료를 준비해서 학생들이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었어요.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 음식을 먹게 되고 자연스럽게 한국을 좋아하게 되잖아요. 어떻게 하면 한국말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에 앞서 어떻게 하면 한국을 더 잘 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벅스카운티 한국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약 90명이다. 3세부터 성인반까지 있으며,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4시간 동안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생의 나이와 수준에 맞게 동요, 역사, 문화 등을 가르치고 한국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교육한다. 특별활동으로는 풍물, 한국노래 배우기, 그림 그리기 등 6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다.

정교사 13명, 보조교사 8명~10명으로 총 20~23명 정도의 교사가 꾸준히 활동 중이며, 3시간을 가르치기 위해 10시간을 준비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오 교장은 사명감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데서 일하는 만큼 풍족한 보수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 교장은 그런 선생님들에게 거듭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력을 뒷받침할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풍성한 한국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국 정부의 지원이 별로 없었던 90년대에 비하면 약간의 경제적인 도움도 있고 잘 만들어진 교과서도 공급받지만 여전히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이제 교과서보다는 교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한 교구는 매우 많지만,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교구는 여전히 부실합니다. 얼마 전 재외동포재단에서 보내준 교구를 받긴 했는데 단계별로 쓸 수 있는 다양한 교구들이 더 많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역사, 문화에 대해서 단원마다 뽑아 쓸 수 있고, 각 언어능력 수준에 맞는 동영상 자료도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 교장은 벅스카운티 한국학교의 학생들이 한국말을 잘 읽고, 말하고, 쓰는 것뿐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한국의 역사도 제대로 아는 민간 외교관으로 자라주길 바란다.

“학생들 모두가 민간 외교관이 되어서 자신이 배운 것을 외국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아는 그런 세계 시민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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