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프란체스코 교황과 작은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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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프란체스코 교황과 작은 예수
  • 이신욱
  • 승인 2014.08.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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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프란치스코 교종 방한준비위원회
이번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은 국가적으로 큰 경사다.
명분상으로 교황은 그동안 숨겨졌던 가톨릭교회의 순교자들에 대한 ‘복자’ 선포를 이유로 방한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에 대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깊은 애정과 뜻이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교황의 이번 방한에서 우리는 평소 바티칸에서 행하던 시복식을 광화문 광장에서 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황은 이역만리 먼 땅끝마을 대한민국에 굳이 방문 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
▲ 이신욱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정치학 박사

사실 올해 2014년은 대한민국에게 매우 슬픈 한해다.
매달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로 말미암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연초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인해 수십 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희생당한 것을 시작으로 세월호에서는 수학여행을 가던 300명이 넘는 어린 학생들이 수장되었고, 국가를 위해 젊은 날을 봉사하고 있는 군 장병들은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차가운 시신이 되어 우리마음을 찢어놓고 있다.

희생자들은 젊은이들만이 아니다. 노인들은 요양병원에서 화재대참사로 교회학교를 마치고 나온 초등학생 아이들은 교통사고로 희생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은 불경기에 아우성이며, 청년실업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지 오래다.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굶고 자살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으로 민생은 외면하며 정쟁에 골몰하고 있다. 사건사고 공화국,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이정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

누가 우리의 이웃인가?

율법사의 질문에 예수께서 답한 내용으로 우리에게는 ‘착한 사마리아 인’의 비유로 잘 알려져 있다. 착한 사마리아 인의 비유란 강도당해 모든 것을 잃고 상처입어 길에 팽개쳐진 나그네를 당시 가장 천시되었던 계층에 속했던 사마리아인이 구해준 이야기다.

상처받고 찢겨 길에 팽개쳐진 대한민국의 이웃은 누구인가? 만약 지금 신이 “누가 너희의 이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우리는 주저 없이 ‘프란체스코 교황’이라 답할 수밖에 없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율법사가 권력자가 부자가 구해주지 않은 반세기 분단과 위안부 할머니, 세월호, 윤일병 유가족들과 수많은 참사로 애통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해 직접 방한하여 슬퍼하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준 참 이웃이라 생각된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인간의 본성은 항상 높은 곳을 추구한다. 최고의 권력과 부를 추구하며, 최고가 되기 위해 남을 희생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본성으로 인해 우리사회는 점점 각박해지고, 부모와 자식을 버리며, 경쟁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행동하는 ‘천민사회’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반면 경쟁에서 낙오된 수많은 사람들은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10억 신도, 최고의 부, 바티칸 제국의 최고 지도자인 프란체스코 교황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곳을 지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슬픔을 같이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아이들과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같이 웃고 검소하며 겸손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이웃의 모습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또한 프란체스코 교황은 "삶을 발코니에서 관망하지 마세요!" "진실로 행복할 용기를 가지십시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해 봉사해야합니다."라며 사랑 실천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슬픔을 같이 하고 봉사하며 희망을 추구하는 그의 선함과 해맑은 모습에서 우리는 ‘작은 예수’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작은 예수가 우리에게 다가와 슬픔을 같이하고 잔잔한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슬프고 우울했던 2014년 아직도 4달이 남아있다. 판도라 상자의 혼돈 속에서도 희망이 마지막까지 남아있듯이, 프란체스코 교황을 통해 임하신 신의 깊은 위로를 통해 평화와 축복의 대한민국을 향한 희망찬 재출발을 기대한다.

오늘 하루, 조수미씨의 넬라판타지아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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