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대사관 직원들은 왜 불친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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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대사관 직원들은 왜 불친절할까?
  • 박정연 재외기자
  • 승인 2014.07.29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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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권위의식과 오만불손한 태도는 제 나라에 침 뱉는 격

▲박정연 재외기자
지난 25일 K-POP 예선이 치러지는 현장에 취재차 갔다가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주최 측인 대사관 관계자가 갑자기 사진촬영 중인 기자 앞에 나타나 얼토당토 않은 주의를 준 것이다. 현지 방송국에서 방송촬영중이니,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근처에 아예 가지 말라는 경고였다.

카메라 앵글에 혹시나 기자의 모습이 들어갈 수 있으니, 신경을 써달라는 부탁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이었지만, 이 대사관 직원의 고압적 말투는 기분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 직원은 기자가 누군지 뻔히 알면서도 평소 인사는 고사하고 아는체도 한 적이 없는 그런 뻣뻣한 젊은 행정직원이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 또 다른 직원이 채 1분도 되지 않아 대뜸 똑같은 주의를 주고는 답변은 들을 생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자신분으로 취재를 간 것이며, 수년 넘게 현지에서 치러지는 수많은 공식행사장에서 단 한번도 듣지 못한 말을 들으니 당혹스러움과 함께 불쾌함이 치솟았다.
 
대사관 직원의 이런 과잉반응이 없어도 경력이 일천한 수습기자일지라도 현장취재에서 지켜야할 그 정도 매너는 다 안다. 사진기자들도 늘 카메라 앵글을 의식하며, 방송카메라맨들과도 이심전심 교감을 통해 서로 지킬 예의는 알아서 지킨다. 그런데 대사관 직원들이 취재하러 온 기자를 무단 입장한 잡상인 취급을 하니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있던 그 대사관 직원에게 조곤조곤 따졌다. 그러자, 그 여직원은 쌀쌀맞은 말투로 알았다며 기자의 말허리를 끊고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채 또 다시 자리를 휑하니 떠나버렸다. 이런 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다음에 혹시라도 만나면 그 대사관 여직원의 표정이 어떨지 뻔하다.

기자는 최근에도 또 한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대사관 행정직원에게 용무가 있어 시간을 쪼개 대사관에 찾아갔다. 경비실 전화를 통해 담당자를 찾으니, 전화를 대신 받은 직원이 담당자를 바꿔줄 생각은 않고 용무가 뭐냐고 퉁명스럽게 물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일에 귀찮게 왠 전화냐는 듯이 나머지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담당자가 지금 없다며 말을 잘랐다.

언제쯤 들어 오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직원은 아무 대답도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바쁜 시간 쪼개 어렵게 대사관까지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것이다. 기가 차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재외한인공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런 태도는 워낙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라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난번 세월호 참사때 대사관에 빈소가 마련되었다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듣고 조문차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권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못 들어가게 경비가 막는 바람에 실랑이를 하다가, 간신히 대사관 한국담당자와 통화를 한 후 사정해서 들어간 적도 있다. 여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대사관 측의 사전 공지는 단 한줄도 없었는데 말이다.
 
기자가 굳이 시시콜콜 이런 개인적으로 겪은 불쾌한 경험을 미주알 고주알 끄집어내는 이유는 단순히 대사관에 대해 분풀이나 하자는 게 아니다. 사실 대사관 직원들의 이런 불친절과 고압적인 말투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해외에서 오래 산 교민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 두번 이상은 가지고 있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고국에 가보면 동사무소 직원들도 요즘 얼마나 친절한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다. 그런데, 대한민국 외교부 직원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세월이 흘러도 도무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정권이 몇 차례 바뀌어도 매한가지다.
 
그래서 이 참에 외교부 장관도 이런 문제를 좀 알 필요도 있고, 제발 외교관들 교육 좀 잘 시켜달라는 의미에서 쓴 소리 좀 몇 마디 해야 겠다.
 
물론 대사관직원들이 이렇게 다 불친절하고 권위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세계 나가 있는 대한민국 외교관 대부분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절로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고있다. 예전보다 탈권위주의적이란 사실도 잘 안다.

그런데,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로 문제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통 물을 흐린다는 것이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 중에도 꼭 그런 자격미달의 직원이 한 두 명씩 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처음 외교관을 나온 공무원들 일부는 부임한 지 수개월도 안 되서 순수했던 열정과 친절은 온데 간데 없고, 교민들이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 그런 미꾸라지 같은 외교관들의 모습을  빼닮아간다는 사실이다. 어떤 전염병이 이처럼 빨리 옮아갈까 싶을 정도다.
 
기자는 과거에 한인회에서 사무국장으로 4년 여간 일한 적이 있다. 한인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자질구레한 사무행정 뿐만 아니라, 한인회를 방문하는 교민들의 민원을 접수하는 일도 많았다. 그중엔 대사관에 대한 교민들의 성토와 불만을 듣게 되는 경우도 흔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고 대사관 직원들의 불친절과 성의없는 민원처리에 대해 한인회가 교민들을 위해 딱히 해줄 수 있는 일들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교민들의 넋두리를 식은 커피 잔 앞에 앉아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들어 줄 수 밖에는...
 
그뿐 아니다. 10년 넘게 교민으로 살아가는 기자의 기억으로는 대사를 뺀 나머지 대사관 직원들이 교민들을 상대할 때 웃는 낮으로 대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늘 표정이 굳어 있다.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다. 한인회 회장이나 임원, 그리고 나름 성공한 교민기업가 또는 대기업출신 법인장, 그리고 제 식구라고 생각하는 외교부 산하 코트라나 코이카 직원 정도?

대사관 직원들의 눈높이에서는 나머지 일반 교민들은 슬프게도 인도 카스트 제도의 하층민으로 여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힘없고 평범한 교민들은 권위적이고 융통성이라고 찾아보기 힘든 대사관 직원들의 딱딱한 업무처리에 늘 주눅이 들고 만다. 그래서 교민들 상당수는 가급적이면 현지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바둥거린다. 대사관 찾아가봐야 시간만 뺐길뿐 아니라 본전도 못 찾는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대사관 직원들의 불친절도 문제다. 행사 취재가 잦다보니, 대사관 직원들이 모여 자기네끼리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대화내용은 알 수 없지만, 자기네끼리는 서로 오버할 정도로 갖은 예의는 다 찾는다. 무엇을 부탁해도 늘 미소로 응대한다. 그들끼리는 절대로 얼굴을 찡그리는 법도 없다. 교민들을 상대할 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사관 직원들이 자신들끼리 대하는 예의나 친절에 1/10 만큼의 마음과 정성으로 대했더라면 교민들이 과연 지금 같이 대사관을 성토하고 불만을 제기할까하는 생각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참 서글프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해야겠다. 한인회나 기타 교민과 관련된 주요행사는 대부분 대사관 측에 초청장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바쁜 일정으로 대사 대신 참사관이나 교민담당 영사가 자리를 대신 할 때도 종종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관 중 말단인 2등 서기관이 그 자리를 대신 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그렇지만, 행사주최 측에서는 좌석 배치도 신경을 써, 한인회장 등 행사 주최 측 대표 옆자리를 배려해준다. 말단 외교관이라 할지라도 대사를 대신하여 참석하기에 그만큼 정중하게 예우를 다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행사에 나타난 말단 서기관의 행동거지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얼굴을 몇 번 봐서 안면이라도 튼 사이라면, 눈이라도 마주칠 경우, 먼저 본 사람이 아는 체 하거나, 가벼운 목례라도 하는 게 예의다.
그런데 그 여자 대사관 서기관은 먼저 인사라도 하면 큰 탈이라도 나는지 늘 뻣뻣하다.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마지못해 인사를 해도 옆으로 비스듬히 대충 건성으로 하니, 인사를 받아도 영 기분이 언짢다. 자신이 대사라도 되는 착각에 빠진 거만한 모습이다. 행사가 끝나면 교민들이 그 외교관을 두고 수군대며 뒷말을 낳는데도 정작 부임한 지 해를 넘긴 당사자는 여전히 모르는 눈치다. 그런 눈치로 외교관이 된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듯 일부 외교관들 중에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공무원 내부에서 지켜지는 위계질서와 권위를 교민사회에까지 내세워, 마치 아랫사람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미 몸에 배어 버려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대사가 교민 앞에서 늘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미는 모습이 아니러니 하게 느껴질 정도다.
 
외교관들은 나라의 공무원이고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물론 외교관도 사람이라 자기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할 수 있다. 교민들중에도 원칙에 벗어나는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을 안다. 교민들의 민원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정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 각오와 사명감도 없이 공무원의 길을 택했는지 되묻고 싶다. 외교관도 행정직원도 다 사람이라는 거 교민들도 잘 안다. 교민들이 간 빼고 쓸개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교민들이 대사관을 향해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사관 입장에서는 조금만 융통성을 보이고 미소와 작은 친절만 베풀어도 기분 좋게 대할 수 있는 민원이 전체 민원의 99%쯤은 된다. 담당자선에서 충분히 처리해도 될  작은 일조차 관련 규정 따져 가며, 책임 면피할 구석만 찾지 말자. 행정관련 민원과 상담도 조금만 마음을 쓰고, 배려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 예의를 지키고 친절을 베풀어야 외교관 스스로 품위와 권위도 사는 법이다.

외교관들을 싸잡아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외교관으로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들도 많이 봤다. 이들도 어려운 외무고시를 통과해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뜻밖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참사관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라 인사차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진작 연락을 주었더라면 소주라도 한잔 했을 터인데, 마지막 날 전화를 해준 것이 못내 서운했지만, 그래도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먼저 인사하고 웃는 얼굴로 교민들을 대하는 것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기본 예의를 갖추는 것은 사람 사는 곳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런 사소한 노력조차 부담스럽고 어렵다면, 공무원생활은 그만 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중에 정년퇴직해서 얼굴도 모르는 새까만 외교부 후배 앞에서 민원서류 문제로 쩔쩔매며, 후배들의 불친절과 고압적인 권위의식을 탓해 봤자 뒤 늦은 후회이고, 스스로 쌓은 업보가 되고 말 뿐이다.
 
외교관들이여! 제발 부탁하건데, 교민입장에서 당신들의 웃는 낯과 친절은 그저 작은 소망일 뿐이다. 다만, 그 오만불손과 찌든 권위의식에 신물이 날 뿐이다. 외교관 정도면 권위와 권위의식 정도는 가릴 줄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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