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모국,동포사회간 주고받는 문화 정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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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국,동포사회간 주고받는 문화 정착하길”
  • 김경삼 기자
  • 승인 2014.07.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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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글학교에 아동한복 후원하는 추민수 ‘예닮’ 대표

▲ '예닮'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추민수 대표.

동포 2세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되는 건 어떤 것이 있을까. 지난 21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국내 아동한복 전문회사 ‘예닮’ 본사에서 만난 추민수(47) 대표는 주저하지 않고 ‘한복’을 꼽았다. 그는 “한복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얼과 옛 선인들의 정신이 담겨있는 옷”이라며 한복의 우수성을 자부했다.

▲추민수 예닮 대표
추민수 대표는 전 세계 한글학교에 아동한복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50~200벌의 한복을 한글학교 행사를 위해 지원해왔다. 이렇게 그가 한글학교에 아동한복을 꾸준히 보내게 된 것은 고정미 오세아니아 한글학교 협의회장과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고정미 회장은 한글학교 한마당잔치 때 하는 부채춤 공연에서 아이들이 입을 한복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추 대표를 알게 되어 그에게 연락을 했고, 그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대학 졸업 후 독일 본(Bonn) 유학 시절, 지역 한글학교에서 1년 동안 잠시 임시교사를 했던 경험이 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후원 초기에는 비정기적으로 한복을 후원했지만 현재는 각 학교에서 필요한 수량을 고 회장으로부터 넘겨받아 한복을 전달하는, 보다 체계화된 과정을 통해 지원을 하고 있다.

▲ 지난 2010년 뉴질랜드를 방문해 고정미 회장(가운데)과 만난 추민수 대표 부부.

예닮은 1984년 추 대표의 모친이 개업한 포목점 ‘흥진’에서부터 시작됐다. 부천 신흥시장에서 작은 한복 수예점을 차린 모친의 뒷바라지로 건국대 독문과를 졸업한 추 대표는 전공을 살려 이부산업과 한국컴퓨터에 입사해 5년 동안 일했다. 그러나 영업 업무와 같이 자신의 생각과는 맞지 않는 일에 한계를 느껴 1999년 퇴사를 결심하고 퇴직금으로 새로 가게를 차리게 된다. 막연하게나마 개인 사업에 꿈을 키워오던 그는 당시 제작한 한복홈페이지가 계기가 되어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위탁판매 형식으로 월마트에 진출한다.

이후 예닮은 북한 및 중국에 생산 공장을 세우고 국내 각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까지 진출, 지난해에는 1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추 대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기관에서 실시한 브랜드인지도 조사에서 예닮이 아동한복 업계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 예닮에서 기부한 한복을 입은 태국 치앙마이 한글학교 학생들.

고 회장이 구심점이 된 오세아니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 아시아 지역 한글학교에도 한복을 후원하고 있는 추 대표는 한복을 전달받은 아이들과 교사들로부터 감사의 메일이나 편지를 받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서는 무엇을 받더라도 크게 고마워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고정미 회장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자주 찾아주시니 정말 감동할 따름이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 예닮으로부터 받은 한복을 입고 부채춤 공연을 하고 있는 와이카토 한국학교 학생들(왼쪽)과 미국 로체스터 한국학교 학생들.

그의 한복 기부는 한글학교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각종 천주교 본당을 중심으로 수도회 및 양로원 바자회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그의 모친은 지난 2012년 보름여동안 전국 2~300개 영유아원을 직접 발로 뛰며 원장들에게 “아이들에게 10~20벌의 한복을 기부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영유아원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들을 직접 보여주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마워하는 것 같다”고 매우 뿌듯해했다.

▲ 추 대표는 국내 영유아원에서 보내온 감사 사진 및 편지들을 직접 보여줬다.

예닮은 ‘옛 것을 닮자’라는 뜻으로, 추 대표의 누이가 지은 이름이다. 추 대표는 현재 회사 디자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누이와는 찰떡궁합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예닮의 경영이념은 ‘건전한 이익, 행복한 나눔’입니다. 회사 목표인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것 아닐까요?”

예닮에서는 지난해부터 다문화가정에서 첫 자녀의 돌복을 요청하면 지원해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추 대표는 “국내에도 이미 15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가운데 다문화 문제는 우리가 넘어야 할 큰 산”이라며 "아직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지만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동포사회와 모국 간 주고받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추 대표. 전 세계 한글학교 학생들이 예닮의 한복을 입고 진정한 한국인으로 거듭나게 될 광경이 벌써부터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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